홍 연 기 한국교통대 교수

 

1219일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각 후보들 간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 대선 시기가 되면 나름의 굵직한 공약들이 선거판을 흔들어왔었다.

예를 들면 15대 대선에서는 IMF 극복을 통한 경제 회생, 16대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17대에서는 한반도대운하와 경제 살리기가 주된 이슈였다. 이번 18대 대선의 어젠다를 잡는다면 경제민주화와 복지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대선이 한 달 앞으로 성큼 다가온 시점에서 아직 어젠다에 대한 논쟁보다는 여야간의 정치적 공방만 무성할 뿐인 것 같아 여느 대선과 비교했을 때 정책 선거가 실종된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대선 어젠다가 어찌되었든 교육문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공약이 되어 왔다. 과거에서 지금까지 많은 대선 후보들이 나름의 교육에 대한 공약을 내세워 왔음에도 불구하고 공약의 구체적인 실현가능성에는 늘 의문이 들었다. 교육이 단순히 교육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뒷 받침하기 위한 재원마련에 따른 세수확보, 적용대상 범위의 문제, 이해관계자들 간의 이견조정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책 구현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대부분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보수와 진보의 정책적 지향은 선택적이냐 아니면 보편적이냐의 여부로 귀결 지을 수 있다. 복지 문제에 있어서도 여권은 선택적 복지를, 야권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고 있으며 교육에서도 굳이 나누자면 반값등록금을 포함한 교육 재정 확대에 대한 선택적 지원과 보편적 지원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혹자는 시류에 편승한 정책 동조화 현상이 심각하여 교육정책에 있어서도 여야간의 차이점을 모르겠다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으나 분명한 것은 지원 대상의 범위와 재원조달에 있어서는 그 어느 누구도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후보들 별로 교육 정책을 구현하는데 따른 재원 마련 방안, 특히 증세를 통한 예산확보 방안을 선뜻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세금 부담 증가에 따른 국민들의 조세 저항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거에서 증세가 환영 받은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아마 특정 후보가 교육 재정 마련을 위해 증세를 주장했다가는 증세 근거에 대한 합리성에 대한 검증 이전에 표 떨어지는 것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증세에 대해서는 너무나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국민들이 이율배반적으로 자녀들의 사교육에 대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지출을 감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고교생의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4만원이며 총액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대학 등록금 상승에는 그렇게 민감하면서도 내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지는 말아야한다는 일념으로 허리가 휘도록 사교육비를 부담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공교육에 대한 불신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불필요한 사업에 세금 낭비를 줄이고 추가적인 예산확보를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결국 한정된 예산에서 교육재원을 늘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공교육 서비스를 받으려면 국민 역시 일정 부분의 지출을 고려해 봐야 한다. 국민들로 하여금 교육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를 어렵게나마 감수하게 하려면 국민의 상당수가 공감할 수 있는 교육 정책, 사교육보다 신뢰받을 수 있는 공교육 서비스 제공 방안이 수립되고 시행되어야 한다.

보수와 진보 여부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그리고 부담이 되지 않는 비용으로 교육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내 아이가 남들과 좀 더 다른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욕심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그러한 욕심을 조금이라고 공교육의 장으로 돌릴 수 있어야만 내 아이가 다른 아이와 더불어 잘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게 증세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학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 지출이 24만원이라는 작금의 상황에서 그 중 일부를 공교육으로 돌릴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 정치권에서 증세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좋은 공교육 정책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국민 역시 공교육에 대한 금전적 부담을 더 지는 만큼 국가에 대해 요구할 것은 분명히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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