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로 연기재개..10년 연하 이민호와 호흡 "너무 좋죠"

 

 

 

 

1993년 SBS '인기가요' MC로 데뷔한 16살 인형 같던 소녀는 이제 3살짜리 딸을 둔 35살 엄마가 됐다.

2000년대 중반까지 10여 년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며 누구보다 화려한 20대를 보냈던 그는 이제 해가 바뀌면 30대 후반으로 접어든다.

세월무상이라 할 법하지만 그는 "예전보다 지금이 더 좋다"고 망설임 없이 말하더니 "무엇보다 이제는 딸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달 말 종영한 SBS '신의'로 6년 만에 연기를 재개한 김희선(35)을 최근 청담동에서 만났다.

 

 

 

'신의' 방송 내내 시청자들의 감탄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실물로 마주한 김희선의 미모는 여전했다. 황신혜 등과 함께 일명 '컴퓨터 미인'으로 각광받았던 그는 출산했음에도 빼어난 미모에 변함이 없었고 오히려 나이보다 어려보였다. 여배우들이 출산하면 몸매는 회복해도 얼굴에서는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어보이는 것과 달리 김희선은 얼굴에서 윤기가 났다.

"제가 어려서 데뷔를 해서 승연이 언니, 혜수 언니, 진실이 언니 등 한참 '언니'들하고 활동을 했잖아요. 그때는 '서른 넘어서도 사람이 사는구나'라며 언니들을 마구 놀렸었어요. 그런데 어느새 제가 30대 후반이 됐으니…. 그런데 나쁘지 않아요. 특히 '그 나이로 안 보여요'라는 말을 들으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아요.(웃음) 제가 20대를 원 없이 잘 보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지금이 더 좋네요. 신랑과 아기가 있고, 예전에는 어리다는 이유로 내가 하고픈 대로 못한 것도 있었는데 지금은 내 의지대로 뭐든 할 수 있으니 그것도 좋아요."

 

 

 

실제로 20대 부럽지 않을 듯하다. 행복한 가정을 꾸린 데다 '신의'에서는 무려 열 살이나 어린 이민호와 멜로 연기를 펼쳤음에도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어휴, 처음에는 열살 어린 상대역이라고 그래서 너무 싫었어요. '안티팬'이 100만 명 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웃음) 그래서 어찌하면 안티팬을 50만 명으로라도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고 6년 만의 복귀작이지만 기대보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너무 컸어요. 유부녀가 주책이란 소리 들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90%를 차지했죠. 근데 천만다행으로 이민호 씨가 나이보다 더 들어 보여서 욕은 별로 안 먹은 것 같아요."

이민호와의 호흡은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줬다.

"연하남과의 호흡, 이제 너무 좋죠.(웃음) 특히 가정생활에 큰 활력이 돼요. 우리 신랑이 바짝 긴장을 하거든요. 신랑이 '신의'를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민호 씨랑 키스신이 나온 뒤부터는 안 보려고 하더라고요. 하하. 어찌 됐든 잘생긴 연하남과 호흡을 맞추니 신랑도 긴장하고 저도 긴장할 수 있어 좋아요. 저보다 '오빠'들과 연기하면 제가 너무 편해질 것 같아요."

SBS '공룡선생'(1993~1995)으로 연기에 첫발을 내디딘 김희선은 이후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1995~1996) '안녕 내사랑'(1999)과 영화 '비천무'(2000)까지 수직상승했다.

특히 '미스터Q'(1998)와 '토마토'(1999)가 잇달아 시청률 40~50%를 기록하면서 그는 '트렌디 드라마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당시 김희선은 청춘스타의 아이콘이자, 좋게 말하면 통통 튀고 격의가 없는 자유분방한 스타일이었다. 근데 반대로 말하면 톱 중의 톱이기에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없었고 그래서 살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랬던 그가 '신의'에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기본적으로 연기력에서도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 데다, 특히 사람과의 관계에서 품이 넓은 '언니' 노릇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제가 스태프, 배우랑 그렇게 친하게 지낼 줄 몰랐다는 말을 이번에 많이 들었어요. 당연히 차갑고, '싸가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어서 너무 놀랐다는 거에요.(웃음) 저 사실 형제없이 혼자 커서 사람을 되게 좋아해요. 다만 예전에는 촬영 끝나면 함께 어울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렸죠. 이번에는 딴 데 가지 않고 촬영팀과 계속 함께 지냈어요. 며칠 전에도 '신의' 촬영감독님이 술 잡수시고 문자 보내셨는데 '네가 그렇게 살가운 애인지 몰랐다'는 내용이었어요. 예전에는 제가 촬영장에서 막내였기에 누굴 챙길 필요가 없었죠. 그런데 6년 만에 돌아오니 많은 게 바뀌었고, 특히 제가 이제는 배우 중 고참이라 스태프와 배우의 중간자 역할을 할 위치가 됐더라고요. 중간자 역할은 할일이 참 많아요.(웃음)"

사실 그 '중간자 역할', 안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김희선은 이번에 맏언니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극중에서는 이민호가 고려 정예부대 우달치의 대장이었지만 현실에서는 김희선이 우"예전에는 연기하면서도 내가 남들보다 더 돋보여야한다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지금은 모두가 다 어우러져야 드라마가 잘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래서 드라마 전체, 배우 전체를 보게 됐어요. 그리고 이제 후배들이 마냥 예뻐보여요. 예전에는 다 경쟁상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어린 아이들'이 너무 예뻐요.(웃음) '신의', 솔직히 너무 힘들었지만 배우들이 너무 좋아서 버텼어요. 제가 동네 골목대장하듯 배우들과 친하게 지냈어요."

"사실 제가 연기만을 위해 태어났다거나, 연기에 목숨을 걸었다고는 말 못해요. 그런 분들은 따로 계시는 것 같고, 전 그냥 대중과 소통하는 그런 연예인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연예인이라는 게 싫기도 했지만 지금은 살면서 이득을 많이 보는 것 같아 감사해요. 특히 제 딸을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김희선 딸'이라며 더 잘 대해주세요.(웃음) 연기는 대중과 소통하면서, 즐기면서 행복하게 하고 싶어요. 이번에 첫 촬영 날 정말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 떨렸는데 웬걸 막상 슛이 들어가니까 마치 어제까지 촬영했던 것처럼 편했어요. 또 새롭게 어린 팬들이 생기고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것도 수확이죠."

실제로 김희선은 '신의'를 촬영하면서 매일 한 번씩 자신의 인터넷 팬카페에 들어가 '흔적'을 남겼다.

"예전에는 팬들과 소통하는 기쁨을 몰랐어요. 그냥 연예인은 신비감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는 SNS도 없었지만요. 제가 신비감을 깨면 오히려 팬들이 싫어할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6년이 길다면 길잖아요? 다시 현장에 돌아오니 세상이 너무 많이 바뀌었더라고요. 요즘에는 워낙 다른 볼거리가 많다보니 잠시 안 보여도 금세 잊혀져요. 처음에는 드라마에 대한 반응을 보려고 카페에 들어갔다가 사진 한 장씩 찍어 올리기 시작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은거에요. 댓글이 점점 더 많이 달리고 팬들이 너무 좋아하는 게 느껴지니까 내가 팬들을 위해 이 정도도 못할까 싶더라고요. 또 팬들의 고마움도 더 느끼게 됐고요. 이민호 씨의 어린 팬들이 민호 씨 팬카페에 갔다가 제 팬카페로 넘어오는 경우도 많았어요. '언니에 대해 몰랐는데 이번에 알게 돼 너무 좋아요'라는 댓글을 보면 흐뭇하죠.(웃음)"

김희선은 사실 이번에 죽을 고비를 넘겼다. '신의' 막바지 때 대형교통사고를 당한 것. 새벽에 촬영장으로 이동하던 중 타고 있던 차가 중앙분리대를 넘어가면서 반파된 것.

"차에서 자고 있었는데 천만다행으로 부상은 없었어요. 촬영 중 부상했다고 하면 작품에 누가 될까 봐 쉬쉬하며 알리지 않았는데 진짜 아찔했어요. 활동을 재개하니 너무 좋은데 이렇게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생방송 촬영환경 속에 다시 던져지니까 힘들기도 하네요. 특히 신랑이 촬영기간에는 '홀아비' 같다며 툴툴댔어요.(웃음) 또 딸이 지금 가장 예쁠 때인데 같이 있어주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그래도 대중과의 소통은 즐겁습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