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 수집가 김상영씨

우리 속담에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虎死留皮 人死留名)’는 말이 있다.

사람은 그 삶이 헛되지 않으면 방명(芳名)은 길이 남는다는 이 속담을 마음에 품고 자신이 평생 동안 수집한 골동품과 민속품을 ‘수목원’이라는 이름으로 시민들과 나누고자 하는 김상영(70·청주시 상당구 지북동·☏017-482-5001)씨.

“삼십대 중반부터 골동품과 민속품 수집을 시작했어요. 지인으로부터 백자를 선물 받았는데 그 기품에 끌려 수집하기 시작해 지금은 2만여점이 넘습니다. 젊어서는 혼자 감상하는데 그쳤는데 나이 먹다보니 혼자만의 위한 문화재라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백자의 매력에 빠진 김씨는 33년 동안 전국 각지를 돌며 골동품과 민속품, 성물 등을 수집했다. 단순히 모으고 감상하는 것이 좋아 시작했던 이 일이 시간이 흐르면서 120여평 분량의 창고가 가득 찰 정도로 늘어났다.

나이 오십에 혼자만을 위한 문화재는 가치가 없다는 생각에 ‘수목원’을 만들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우면 곧바로 실행에 옮기는 성격 탓에 그는 산을 구입하고 나무를 심었다.
전국 각지의 수목원을 찾아다니며 ‘수목원’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그가 수목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단순히 자신이 수집한 골동품과 민속품을 전시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고향인 청주를 위한 일을 하고 생을 마감해야겠다는 다짐에서 비롯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를 여윈 김씨는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형편에 일찍 생활전선으로 뛰어들어야했다.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일했고 청주시내에서 장안식당과 정우건설 등을 운영하며 가난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힘든 생활이었지만 가정을 꾸리고 두 아들 모두 한의사로 키워내는 동안 그를 품어준 것은 고향 청주였다.

청주서 태어나 청주에서 평생을 살았고 청주에서 생을 마감할 생각인 그에게 ‘청주’는 고향 이상이었다. 부모였고 형제였고, 친구였다.
“고향과 고향 사람들을 위해 수목원 하나 만들어 놓고 떠나고 싶다”는 김씨는 20여년 전 국립청주박물관 청주랜드 인근 산 10만여 ㎡를 구입했다. 청원군에 있는 낮은 산을 구입해 수목원에 심으면 좋은 조경수 5000주도 직접 심고 가꿨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았지만 고향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에 늘 그를 힘나게 했다.

“고향사람들이 오가며 부담 없이 쉴 수 있는 번듯한 수목원 하나 만드는 것이 평생 꿈이었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마음이 조금 급해집니다. 조금이라도 더 건강할 때 만들고 싶기 때문이지요.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니 잘 되리라 생각합니다.”

1943년 청주에서 출생한 김씨는 청주 중앙초를 졸업하고 장안식당과 장안일식, 정우건설 대표를 역임했다. 가족으로는 부인 최명자씨와 경기도에서 한의사로 일하는 두 아들이 있다

 ▶글/김재옥·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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