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세 웅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 조직위 사무총장

우리는 청풍명월용어를 자랑스럽게 쓴다. 청풍명월의 뜻을 물어보면 대체로 산수가 아름답고 인심이 좋다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답한다. 어원 해석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 없이 현대를 살고 있는 충청도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으면 그게 정의고 진리가 아니겠는가.

두산백과에 따르면 태조 이성계가 삼봉 정도전에게 제각기 다른 8도민의 성품을 표현해보라고 지시하자 삼봉이 사자성어로 답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특별히 다른 근거를 찾을 길이 없었던 필자도 정도전이 충청도민의 성품을 표현한 것이 이 용어가 쓰이게 된 시작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경기도 사람들을 경중미인(鏡中美人)으로, 강원도는 암하노불(巖下老佛)로 충청도는 청풍명월(淸風明月)로 경상도는 송죽대절(松竹大節)로 전라도는 풍전세류(風前細柳)로 황해도는 춘파투석(春波投石)으로 함경도는 이전투구(泥田鬪狗·石田耕牛라고도 함)로 평안도는 산림맹호(山林猛虎)로 사람들의 성품을 평가했다.

일부 견해이기는 하지만 조선시대에 청풍은 선비를, ‘명월은 기생을 상징했던 단어로 청풍명월은 정주고 떠난 선비를 그리워하는 기생의 심정이라고 풀이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청풍과 명월의 합성어라면 조선시대 성혼이 쓴 말없는 청산이요로 시작하는 시조에 값없는 청풍이요 임자 없는 명월이라는 구절에서 분리된 단어를 찾아볼 수가 있다.

이것은 시조가 쓰인 때로부터 다시 500년을 거슬러 올라가 송나라 시인 소식이 적벽부에서 표현한 단어로 천지의 만물에는 모두 주인이 있어서 내 소유가 아니라면 털 하나라도 함부로 취하지 못하지만 강 위의 맑은 바람(淸風)과 산간의 명월(明月)은 누가 취해도 막지 않고 사용해도 마르지 않는다는 시구에서 유래한다.

소동파는 유배지인 적벽에서 무위자연의 노장 사상에 밝은 한 소풍객과 뱃놀이를 하면서 적벽부를 지었다고 전해온다. 이 때문인지 청풍명월을 마음을 비우고 산천을 유람하는 선비들의 유유자적하는 모습에 비유하기도 했다.

충청도민의 심성을 청풍명월로 지칭한 데 대한 해석 중에 필자는 값없는 청풍, 임자 없는 명월을 특히 공감한다. 베풀면서도 대가를 요구하거나 자랑하지 않는 맑은 바람과 온 누리에 골고루 빛을 내던지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는 밝은 달이야말로 충청도민의 심성을 온전하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노자가 도덕경에서 표현한

而用之 或不盈처럼 청풍과 명월은 결코 자신을 소모하는 일 없이 언제나 베풀고 있다.

생뚱맞은 비유일는지 모르겠으나 청풍명월은 또한 산업기술의 본질과도 닮았다. 21세기는 토지와 노동, 자본으로 구성하던 생산요소의 전통적 정의를 무너트리는 시대다. 지난 세기말부터 기술을 생산요소에 포함하면서 생산에서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통적인 요소들의 비중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 기술은 처음에는 청풍과 명월처럼 오직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에 속해 있다가 그 숨어있는 가치를 찾아내는 이에게 산업의 주도권을 내어준다. 그러므로 기술은 누가 취해도 막지 않고 사용해도 마르지 않는 청풍과 명월 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류를 먹여 살릴 첨단기술들이 충북으로 속속 집적하고 있는 것이 우연일까? 화장품산업만 해도 발명한 이래 백 년 넘게 감추거나 포장하는 것이 전부였던 서양의 화학기술이 이끌어 왔으나 이젠 젊음을 유지하면서 피부에 활기를 넣어줄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 쪽으로 그 수요비중이 이동해서 한국 화장품 산업체들이 선점해 나가는데 유리한 때가 왔다.

이미 천연물, 유기농, 한방 등의 소재를 이용하는 스킨케어 제품에 대한 기술은 서양에서 뒤따라 모방할 만큼 우리가 앞서가고 있다. 이걸 위해서 충북도가 유유자적하면서 청풍명월이라는 별명을 지켜온 것인지도 모른다. 오송은 화장품과 뷰티산업의 연구개발과 생산의 집적지로, 유통의 중심지로, 교육의 중심지로 성장해 나가려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우리는 내년 5월에 이 야심차고 찬란한 청풍명월의 비전을 지구촌 곳곳에 선언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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