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신니면 정나눔회

자원봉사란 한자로는 스스로 자(自), 원할 원(願), 받들 봉(奉), 섬길 사(仕), 영어로는 볼런티어(Volunteer)로 ‘자유의지를 가지고 실천하는 자선활동’의 뜻을 지녔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로 타인을 도와주는 따뜻한 활동을 의미한다.
충주시의 자원봉사자수가 지난 10월말 현재 3만2500여명을 넘어섰다.
충주시 인구가 21만1492명인 것을 감안하면 시민 6명당 1명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자원봉사자의 수적 증가뿐 아니라 봉사단체들의 활동영역도 점점 다양화 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초기에는 독거노인이나 장애인들을 위한 재가 서비스, 시설 봉사, 환경정화활동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전문 봉사영역으로 확대됐다.
이·미용, 수지침, 발마사지, 웃음치료, 마술,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등의 봉사활동과 풍물놀이를 비롯한 동극, 악기 등의 공연봉사를 비롯해 영정사진, 집수리, 문화재 해설 등 새로운 분야에서 많은 봉사 팀들이 생겨나고 있다.
충주시에는 355개의 자원봉사 단체가 각기 다른 분야에서 재능을 살린 자원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93년 신니면에서 결성돼 20년간 꾸준히 봉사활동을 펼쳐온 신니면 정나눔회(회장 장남식)의 활동이 눈길을 모은다.
정나눔회는 회원들이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사는 부녀자들로 구성돼 있다.
자신들의 생활도 넉넉하지는 않지만 매달 한푼 두푼 모은 돈으로 20년간 지역 내 독거노인 19명에게 1주일에 2번씩 밑반찬을 만들어 배달해 준다.
또 김장을 담가 이들 노인들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1993년 회원 12명으로 결성된 정나눔회는 초기에는 신니면에서 선정한 재가노인 할아버지와 할머니 10여명에게 1대1 회원을 배정해 1주일에 2번씩 소고기 장조림, 멸치볶음, 버섯볶음 등 밑반찬을 만들어주고 집안 청소와 목욕시키기 등을 하며 자원봉사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현재 장남식(여·69) 회장이 취임한 후에는 장 회장의 남편 김인환(70)씨와 곽봉규(68), 이원윤(56)씨 등 남자회원 3명이 가입해 자원봉사활동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밑반찬, 김장담그기, 연탄 전달 등은 물론 1년에 2번씩, 재가노인들과 함께 계곡을 찾아 맛난 음식을 제공하는 등 재가노인들의 무료함을 덜어주는데 앞장서고 있다.
여성회원 19명은 1주일에 2번씩 장 회장의 집에 모여 밑반찬을 만들며 재가노인의 건강상태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건강이 악화된 노인들을 보건지소에 연락해 치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이들 노인들에게 지원이 필요한 것이 있으면 노인들이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면사무소에 정보를 제공하는 ‘건강 돌봄이’ 역할도 이들 나눔회원들의 몫이다.
현정순(여·80·마수리 마제마을)씨는 “정나눔회 회원들이 1주일에 2번씩 집을 찾아 맛있는 반찬을 전달해주는 것은 물론 말벗이 돼 줘 무료함을 모른다”며 “올 때가 됐지 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회원들의 관심에 죽을 때까지 감사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20년간 회원들의 자원봉사과정에서 숨을 거둔 재가노인만 10여명으로 회원들은 노인들의 빈소에서 친 자식처럼 조문을 하며 자신이 돌보던 노인들의 마지막을 정리하고 있다.
회원들 스스로가 같은 마을에 사는 노인을 공경한다는 의미로 모인 정나눔회는 회원 단체 사진조차 없을 정도로 자신이 한 일을 내세우지 않고 조용히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어 또 다른 귀감이 되고 있다.
장 회장은 “자원봉사라는 거창한 말보다는 소외된 노인들에게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스스럼없이 나눔회 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는 회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 장남식  신니면 정나눔회장

“우리들 살림도 넉넉하진 않지만   부모님 모시듯이 봉사하니 맘이 편해요”
“신니면에서 노부모님을 모시고 살다보니 이웃의 불우한 노인들도 섬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정나눔회 회장이 됐고, 회원들도 모두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집이니 동네에서 어려운 이웃을 찾아 돕고 있는 것이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어요.”
장남식(69) 회장은 정나눔회의 활동은 어렵게 생활하고 있는 마을 노인들을 동네 주민들이 보살피는 최소한의 도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회원들 스스로가 내세우지 않고 묵묵히 1주일에 2번씩 모여서 어르신들이 좋아할 밑반찬을 만들고 각자가 맡고 있는 노인들의 건강 등을 이야기하며 회원 간 친목도 다지고 있다”며 “회원들이 자주 만나서 공통 관심사를 이야기 하면서 친밀감이 쌓이다 보니 회원간 불협화음 없어 20년 동안 활동을 이어오게 됐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우리 회원들은 ‘콩 한쪽도 나눠 먹어라’는 옛 말이 있듯이 비록 내가 가진 것은 적을지 몰라도 나눠서 행복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소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어 “지금껏 봉사활동을 하면서 노인 10여명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다”며 “그 노인들이 숨을 거두시는 마지막까지 우리가 할 일을 제대로 했는가 하는 반문도 하면서 봉사활동의 필요성을 새삼 깨닫고 있다”고 했다.
내세울 것이 없어 변변한 봉사활동 사진자료조차 갖추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하는 장 회장은 “시골 부녀자들이 사진 찍기를 원하지 않아 단체사진하나 없지만 이번 인터뷰를 기회로 단체사진 한 장을 찍어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장 회장은 “무엇보다 남편과 며느리가 6년 전 정나눔회에 가입해, 자신의 활동을 도와준 것이 큰 힘이 됐다”며 “동네 어르신들이 외롭지 않도록 노인돌보미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충주/박일>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