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원 청주고인쇄박물관직지홍보담당

 

 

수능이 끝난 요즈음, 아내는 큰 아이를 볼 때마다 짜증을 낸다. 기대치보다 낮은 실력을 새삼 확인한지라 일 안하는 자 밥도 먹지 말라는 심정이리라.

마음을 다스려보지만 나 또한 괜히 울컥하면서 이리저리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왜 그렇게 친구 아이들은 잘하는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이의 책임만을 아닐 터, 맞벌이를 핑계로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괜히 안쓰러워 방임했던 많은 일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이의 생활에 대해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 가서 재미있게 놀다오라는 아빠의 말에 충실했다는 아이의 당돌한 대답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그랬다! 학교에 갔으니 적어도 공부는 기본으로 남들만큼은 해주리라는 기대를 갖고, 건강하고, 밝고 재미있게 지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고, 아이가 건강하고 쾌활한 것으로 보면 아이는 제대로 한 것이 아닌가!

이미 엎질러진 물! 다시 세월을 거스를 수도 없고 참으로 고민스럽다. 장기불황이 예견된다는 기사를 자주 접하면서, 우리아이가 설 곳이 어디에 있을 지 불안한 앞날이 답답하고, 미안하다. 그저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함으로 마치, 한방에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아프다.

차분히 돌이켜 본다. 어디서 잘못되고 어디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하는지.

깨진 유리창의 법칙

치안상태가 최악이었던 뉴욕시 지하철에 검찰출신 줄리아니 시장이 취한 정책은 조직범죄 완전소탕 작전이 아니라 무임승차단속과 지하철역의 낙서지우기였다.

이 사소한 일로 시작한 정책의 결과는 다시 안전한 지하철로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놓았고, 유리창 100개중 1개가 깨지면 99개가 남는 게 아니라 0개라는 사실은 알게 되었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일상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나는데, 작은 잘못에 대해 용납하다보면 어느새 큰 잘못에 대해서도 무감각해 지는 일을 숱하게 벌어진다. 나 또한 처음 깨어진 작은 유리창을 곧 바로 고치지 않은 잘못이 있다.

처음은 언제나 두렵고 떨린다.’

콜럼버스의 달걀에서 보듯이, 행하고 난 뒤에는 누구나 할 말이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하지만,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망망대해를 처음 건너야 하는 사람은 얼마나 두렵고 떨리겠는가.

하물며 제대로 준비되지 않는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고, 두려울 게다.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알아서 준비하고, 처음 가보는 길을 혼자 알아서 잘가야 한다니, 이 얼마나 황당하고 겁나는 일인가, 20여 년 전 아무런 준비가 없어 해운대 앞바다에서 탄식했던 내 모습이다.

그럼에도 피해갈 수는 없기에, 지금부터, 작은 일부터 하나하나 시작해야 한다. 어떤 일을 하던, 처음에는 많은 생각과 실천 그리고 고통이 따른다. 나름은 적절하게 한다 해도 조금 부족하면 안 움직이고, 과도하면 다른 것과 충돌한다. 그래서 적당함이란 쉽고도 어려운 일이고, 그 적당함을 알아가는 것이 인생의 묘미이다.

수능을 벗어나 성인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아이들아! 우리도 처음 성인되는 아이의 부모로써 두렵고, 안타깝고, 떨린다. 그렇지만, 아무런 댓가없이 너무 큰 것을 바라지 말고, 작은 것부터,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옮겨가면서 우리같이 내일을 준비해 보자꾸나.

처음은 미약하지만 나중은 창대 하단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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