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트레킹 최고의 백미, 전북 무주 덕유산

겨울여행의 백미는 눈꽃이 활짝 핀 겨울산행. 올 겨울 유난히 잦은 눈과 한파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기다리던 겨울 눈꽃산행을 떠날 절호의 기회다. 날씨는 추워도 마음은 포근해진다.

사실 겨울산행은 만만치 않다. 준비할 것도 많고, 새벽부터 산에 올라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겨울산행을 마음속에서만 꿈꿀 뿐 몸은 산을 오르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무주구천동을 품고 있는 덕유산은 사정이 다르다. 정상 바로 밑까지 곤돌라가 운행해 가뿐하게 국내 최고의 눈꽃 산행지인 향적봉 높이까지 오를 수 있다.

올해도 여우꼬리만큼 남은 이때 주말 가족과 함께 겨울 산책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동양일보는 22일 눈꽃 산책길인 덕유산 향적봉 길 여행을 떠난다.

◇상고대가 연출하는 순백의 아름다움
덕유산은 소백산맥의 중간지점에 솟아오른 고봉이다. 덕이 많고 너그러운 모산이라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경남 거창군과 전북 무주군 안성면, 설천면에 걸쳐있는 덕유산은 주봉우리인 향적봉(1614m)을 중심으로 대봉, 중봉, 삿갓봉 등 해발고도 1300m 안팎의 봉우리들이 줄지어 솟아 있어 장관을 이룬다.

산세가 웅장하고 계곡미가 수려한데다 각종 동식물까지 분포돼 있어 지난 1975년 2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덕유산 안에는 계곡이 8개나 있다. 이 가운데 북동쪽 무주와 무풍 사이를 흘러 금강의 지류인 남대천으로 이르는 길이 30㎞의 무주구천동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명소. 9000굽이를 헤아린다는 계곡 안에 무이구곡을 비롯해 구월담, 수심대, 학소대 등 구천동 33경과 칠련폭포, 용추폭포 등이 살포시 들어앉아 있다.

덕유산 정상부에 있는 백련사는 구천동 골짜기에 있는 유일한 사찰. 절 입구의 아치형 다리를 건너 일주문을 지나면 백팔번뇌를 상징하는 108개의 석조계단이 가지런히 뻗어있다. 계단을 올라서면 대웅전을 비롯해 크고 작은 건물들이 들어서 고즈넉한 경내가 펼쳐진다.

덕유산은 겨울 내내 상고대가 피어 있어 눈이 오지 않더라도 때 묻지 않은 순백의 미를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다.
상고대는 습기를 머금은 구름과 안개가 급격한 추위로 나무에 엉겨 붙어 만들어진 서리꽃을 말한다. 서리꽃은 해발 1000m 이상 고지에서 영하 6도 이하, 습도 90% 이상일 때만 핀다. 밑으로 금강 줄기가 흐르는 덕유산은 이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고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눈도 많이 내린다.

◇곤돌라 타면 구름 위 떠있는 듯 ‘환상’
 

덕유산의 정상 향적봉은 구천동의 33경. 봄의 철쭉, 여름의 계곡, 가을 단풍으로 여행객을 모으는 덕유산이지만, 겨울의 향적봉은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이맘때의 덕유산 향적봉은 마치 하얀 면사포를 둘러쓴 순결한 신부의 자태를 뽐낸다.
아무리 설경이 아름답다지만 눈길을 헤치며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은 1614m의 향적봉까지 오르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등산하기가 버겁다면,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고 오를 수 있다. 곤돌라를 타고 오를 수 있는 길은 향적봉 바로 턱 밑의 설천봉(1530m)까지다. 15분의 여정은 ‘눈꽃 여행’의 서막이다.

산 중턱 눈구름이 깔린 날 곤돌라를 타면 그야말로 구름 위에 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설천봉이 가까워올수록 눈꽃도 더욱 가까이 다가온다. 눈꽃이 활짝 핀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새를 보면 나무라기보다 새하얀 산호초 같다. 마치 잠수함을 타고 바다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 같은 느낌.

등산하면서는 보기 힘들었던 나무의 머리 꼭대기가 색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똑같은 산이지만 걸어서 올라가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힘들여 걷는 것과 달리 겨울산의 하얀 속살을 여유 있게 감상하며 올라가는 맛이 아주 이채롭다.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이르면 또 하나의 장관이 기다리고 있다. 곤돌라 승강장 밖으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온천지가 구름에 덮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구름을 뚫고 걷다보면 이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도 든다.

◇새하얀 능선에 피어난 눈꽃터널 ‘장관’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 오르는 시간은 쉬엄쉬엄 걸어 20분. 본격적인 ‘눈꽃여행’의 시작이다.

등산로에 들어서면 눈꽃을 찾아나선 이들에게 보상이라도 하듯 자연이 주는 눈부신 향연이 펼쳐진다. 눈꽃 터널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 사이로 걸어가는 맛이 기가 막히다. 한 발만 걸어도 탄성이 절로 나온다.

눈꽃터널을 벗어나면 강풍이 몰아친다. 화려한 눈꽃 세상에 짙은 구름이 몰아치는 형태랄까. 편하게 오른 길이지만, 매서운 바람에 손끝은 얼어오고 얼굴을 깨져나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렇게 오른 향적봉 정상은 더욱 큰 감동을 준다. 모진 눈보라와 바람 속에서도 푸름을 잃지 않는 구상나무와 주목이 화려한 눈꽃을 피워 산행객을 맞이한다.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을 비롯해 속리산 줄기까지 겹겹이 펼쳐진 산의 능선들이 장쾌한 파노라마를 그린다. 한 눈에 들어오는 대간(大幹)의 풍경에 가슴이 탁 트이고, 세상의 온갖 시름도 잊게 한다.

정상의 진수를 맞본 뒤에 본격적인 눈꽃여행을 원한다면 걸어 내려오면서 등산길의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다.

향적봉에서 구천동까지 내려오는 데는 3시간 정도 걸린다. 백련사를 거쳐 무주구천동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가장 짧지만, 백련사까지 내려오는 길이 다소 가파르다는 게 옥에 티. 향적봉에서 중봉으로 이어지는 1.3㎞의 눈꽃 길도 추천한다.

구천동쪽보다 40분 정도 더 걸리지만 완만한 능선을 따라 늘어선 키 작은 나무의 눈꽃을 감상할 수 있다.
<이도근>


■여행정보

●여행 팁=겨울 산행은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다. 강풍과 눈보라를 만날 수 있으니 채비를 단단하게 하는 것이 좋다. 방수등산화와 아이젠, 모자, 비상용 점퍼 등은 꼭 챙기는 것이 좋다. 주말 오전은 설천봉으로 가는 곤돌라가 붐비니 서두르는 것이 좋다. 노루꼬리만큼 짧은 겨울 해도 고려해야 한다. 나들이 삼아 나선 길이라면 설천봉에서 내려가는 마지막 곤돌라(오후 4시 30분)를 놓치지 않도록 조심하자.

●가는 길=중부고속도로(대전통영고속도로)→무주나들목→적상면 삼거리→19번국도→사산 삼거리(좌회전)→49번 지방도→치목터널→구천동터널→리조트삼거리(우회전)→무주리조트

●추천여행코스(1박2일)=<1일차>무주 용추폭포→칠연계곡→적상산 드라이브→안국사→반디랜드→무주리조트 <2일차>덕유산 설천봉·향적봉 등반→구천동계곡→트리스쿨

●문의=덕유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deogyu.knps.or.kr·☏063-322-3174), 무주군 문화관광(www.mujutour.com·☏ 063-322-2905), 향적봉 대피소(☏063-322-1614)

●동양일보 12월 길 여행=22일(토) 오전 8시 30분 청주 흥덕구청 주차장 입구 출발, 참가비 4만5000원(곤돌라 왕복 포함, 김밥, 떡, 생수), 신청·문의 동양일보 길 여행 홈페이지(cafe.daum.net/dyway)나 동양일보 문화기획단(043-211-0001~2)

●그 밖의 볼거리=무주리조트는 남부지방에서는 손꼽는 스키 리조트. 리조트 내에 노천 스파와 찜질방도 있어 산행 피로를 풀 수 있다. 구천동 계곡의 끝에는 신라와 백제가 오가는 길목이었다는 나제통문과 반딧불이의 생태와 천문대가 있는 반디랜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지 안국사와 산정 호수가 있는 적상산 등이 20분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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