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신장이식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도 함께 이식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만성신부전 환자에게 누나의 신장과 조혈모세포를 한꺼번에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이 환자가 면역거부반응 방지를 위한 면역억제제를 먹지 않아도 되는 '면역관용' 상태가 될지 주목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만성신부전으로 혈액 투석중인 류 모(38) 씨에게 누나(43)의 신장과 골수를 동시에 이식, 면역관용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수술에는 장기이식센터의 양철우 정병하(신장내과), 문인성 김지일(혈관외과) 교수팀 외에도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이종욱 김희제 교수팀이 함께 참여했다.

면역관용은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받은 환자의 몸이 이 장기에 대해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지금까지 장기이식을 한 후에는 환자의 면역 시스템이 이식받은 장기를 공격하는 거부반응이 나타나 이를 막기 위한 면역억제제 복용이 평생 필요했다. 그러나 면역억제제를 오래 복용하면 당뇨병이나 고관절 괴사 등의 부작용 위험이 있다.

의료진은 면역관용을 유도하기 위해 누나의 신장을 이식한 데 이어 조혈모세포를 함께 이식하는 방법을 썼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통해 환자의 면역체계를 누나와 같게 바꿈으로써 거부반응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최근 미국 하버드의대, 노스웨스턴대학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최첨단 이식술로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진에 따르면 류 씨는 지난달 29일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고 다음날인 30일 조혈모세포가 이식됐다.

이 환자는 장기이식중환자실에서 조혈모세포이식 격리병동으로 옮겨져 집중치료를 받은 이후 상태가 호전돼 17일 퇴원했다.

류 씨는 현재까지는 면역억제제를 복용 중이지만 곧 약물을 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건강상태를 보인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양철우 교수(장기이식센터장)는 "우리나라에서도 면역억제제가 필요없는 장기이식이 현실로 다가왔다"면서 "한국의 의술이 이런 고난이도의 이식을 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에서 연간 1600여건이 이뤄지는 신장이식 환자들에게 수술 후 평생동안 면역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는 희망의 길을 보여준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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