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범 제천중 교장

 

어느새 교정에 있는 나무에는 하이얀 천사들이 사뿐히 날개를 접곤한다. 그런가 하면 심술궂은 바람녀석은 유리창과 마구 씨름을 하느라고 야단이다. 하지만 늘 이시간 쯤이면 누군가 교장실 문을 조심스럽게 노크를 하는 이가 있다. 그래서 예. 들어오셔요 라고 대답하면 그제서야 문을 살며시 열고 무척이나 수줍은 듯이 한손에는 무엇인가가 들어있는 종이가방를 가지고는 교장선생님, 이거 잡수셔요 하며 놓고 나갈 양이면 나는 그 학생의 손을 잡고 그래, 고맙구나, 여기에 든 것이 뭐야 하고 물으면 한참 망설이다가 저희들이 만든 빵인데요.하며 조금은 어눌한 말투로 공손하게 대답을 한다. 그리고는 그 학생의 입가에 어느새 살며시 웃음이 서려있다.

어쩌면 이순간이 나는 정말 행복하다. 그리고 한없이 감사하다. 이 빵은 우리학교 특수학급의 학생들로 구성된 화()반 학생들이 정성과 사랑으로 만든 빵이다. 물론 귀한 사랑과 정성과 존경심이 어우러진 빵이라서도 그렇지만 더 가슴을 저미어 오게 하는 것은 우리학생들도 얼마든지 어느 분야에서도 이처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보여주어서 나는 어린아이처럼 마냥 기쁜 것이다. 그러기에 어느 것보다 귀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얼마든지 자기들이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우리학교의 교장선생님께 드려야 한다는 그 소중한 어른공경심이 무척이나 나의 가슴에 전율을 느끼게 한다.

하기야 세상에 어쩌면 더 고급스럽고 더 맛있는 빵이 왜 없으리요 마는 여기 책상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사랑과 정성이 숨쉬는 이 빵이야말로 세상 어느 것보다도 귀한 것이다.

그래 나는 그 학생에게 다시한번 감사하다고 인사를 표한뒤 참으로 잘 만들었구나. 같이 먹어보자하며 종이가방에 있는 빵을 나누어 주며 서로 먹어 본다. 그 학생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도 그럴것이 그 학생에게는 여기가 얼마나 어려운 자리인가 말이다. 충분히 그 학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일부러 나는 모른척하며 그 학생의 두손을 잡고는 학생, 너는 무엇이든지 잘 할 수 있다. 아무나 이렇게 맛있고 예쁜 빵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너는 여기서 그치지 말고 또 네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보고 그리고 네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아보면 아마도 빵을 만드는 재능 못지 않게 다른 재능도 분명히 가지고 있을 것이다 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곤 한다. 그러자 그 학생은 가만히 내말을 듣고 있다가는 교장선생님, 저 빵 만드는 것 말고도 공작도 잘해요. 나무를 가지고 예쁜 독서대도 잘 만들어요 하며 전보다는 더 화사한 모습으로 나와 대화를 나누곤 한다.

그렇다. 이것이 그 학생에게 작은 소망을 심어주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그 학생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이다. 나도 분명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다고 하는 긍정적 마인드를 갖게 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존재가치를 더욱 소중하게 심어주는 일 그것이 오늘날 우리 학생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교육이 아니겠는가 말이외다.

이제 그 학생과와 행복한 만남을 다시 기약해야한다. 분명 이 학생은 또 이맘때 시간이 되면 종이봉지를 들고 나를 찾아 교장실 문을 두드릴 것이다. 웬지 그 시간이 기다려지곤 한다. 지금부터 말이다.

나는 교장실 문을 닫고 나가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기도한다. 참으로 감사합니다. 이 학생이 어느 학생보다도 더 밝게 자랄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학생의 마음속에 무엇이든지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으니 감사합니다. 아울러 남을 배려하는 귀한 아름다운 성품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바라옵기는 올해보다 내년에는 더 좋은 재능과 진취적인 품성으로 이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미래의 주역으로 성장시켜 주시옵소서 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어느 새 나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힌다. 참으로 오늘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아름다운 정성으로 가득 채워진 빵의 주인공에서 무엇이든지 잘 할 수 있다는 숭고한 자존감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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