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주연 클라우드 아틀라스

시공을 초월해 사람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운명을 이룬다.

배두나(사진)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관심을 모은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1849, 1936, 1973, 2012, 2144, 2321년까지 6개의 각각 다른 시대에 벌어지는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해서 보여준다.

1849년 미국에서는 한 젊은 백인 변호사(짐 스터게스 분)가 흑인 노예의 도움으로 위기를 벗어난 뒤 노예 해방 운동에 나선다. 1936년 영국에서는 동성애자인 젊은 음악가(벤 위쇼)가 세계 최고의 작곡가(짐 브로드벤트) 밑으로 들어가 창작을 돕다 서로의 욕망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다.

1973년 미국에서는 열혈 여기자(할 베리)가 악덕 기업가(휴 그랜트)에 맞서 핵발전소 비리의 진실을 밝히고, 2144년 서울에서는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는 클론(복제인간) 종업원 손미(배두나)가 반군 대장 장혜주(짐 스터게스)의 도움으로 탈출해 체제를 바꾸는 메시아로 나선다.

인류의 메시아로 나선 손미는 우리의 인생은 우리 각자의 것이 아닙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어 있죠. 과거와 현재도요. 우리의 모든 악행과 선행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는 거죠라고 말한다.

영화는 이렇게 거대한 운명으로 이어진 우주의 섭리를 드러내기 위해 같은 인물을 6개의 다른 이야기에서 각각 다른 역할로 등장시켜 윤회를 보여주려 한다.

배두나는 2144년 이야기에서는 주인공 손미를 연기했지만, 1849년 이야기에서는 변호사의 아내인 틸다, 1973년 이야기에서는 멕시코인 종업원으로, 2321년에는 원시부족이 떠받드는 신으로 등장한다.

톰 행크스는 2321년에는 원시부족 주인공으로 나오지만, 1849년에는 탐욕스러운 의사로, 1936년에는 구두쇠 여관 주인으로, 1973년에는 여기자와 첫눈에 반하는 연구소 직원으로 나오는 등 6개의 다른 역할을 소화한다.

영화 안에서 배우들의 팔색조 변신을 지켜보는 것은 재미있다. 배우들은 특수분장을 통해 다른 인종으로 변신하고 남녀 성별까지도 바꾼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역할의 배우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관객을 완벽하게 속이는 캐릭터들도 많다.

특히 배두나의 연기가 눈길을 끈다. 출연 분량으로 따지면 톰 행크스가 가장 많지만, 배두나는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준다. 영화의 핵심 메시지가 손미의 입을 통해 나오기 때문에 감독과 출연진들이 배두나는 이 영화의 영혼이라고 표현한 게 과언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자체로만 평가하자면 이야기가 6편이나 되고 상영시간이 3시간에 달하는 지나치게 방대한 분량도 상업영화로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조금 빼거나 축약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110일 개봉. 상영시간 172.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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