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성 종 전 꽃동네대학교 총장

2013년 새해가 밝았다. 모두의 가슴에 새로운 희망이 용틀임하고,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해 힘찬 발걸음이 시작됐다. 동양일보는 새해 ‘2013 새롭게 가자’를 연중주제로 정해, 늘 새로운 변화와 전진을 이끌어 갈 것을 다짐한다. 올 한 해 충청권도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상징인 세종특별자치시가 본격 출범하고, 충남도청 내포시대가 열린다. 66년만에 주민자율의사 결정으로 역사적인 청주·청원 통합을 이뤄내면서 통합 준비 작업도 본격화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충청권의 새로운 미래와 번영을 담보하는 주요 현안들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양일보는 이같은 충청권의 변화와 지역주민의 희망 만들기를 위해 충청지역 각계 원로들의 메시지를 담은 ‘2013 새롭게 가자’를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

 
 
내 탓이오’의 주인이기를
유 성 종  전 꽃동네대학교 총장

2013년의 새해에 여러분의 다복을 빕니다. 모쪼록 뜻하시는 모든 것을 이루고 그 보람을 가멸차게 누리소서.
새해에 소망을 가진다는 것은 삶에 뜻을 두는 인간사회의 보편적인 감정?의기(意氣)이고 의지(意志)이고 지향(指向)입니다. 새해 소망은 살아 있는 사람에게 있어서 마땅히 있어야 하는 일이고 가져야 하는 역동(力動)입니다. 사람은 뜻대로 이루고, 뜻이 없으면 이루는 것도 없으며, 그 뜻이 곧 소망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새해에, 모든 사람이 ‘내 탓이오’ 하는 마음과 태도로, 자기의 일, 가정과 주변의 일, 직장과 고장의 일, 나라와 겨레의 일을 자기의 주체적인 책임으로 생각하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어느 사이엔지 우리나라는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그래서 남을 원망하고 미워하고 싸우는 사회가 되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일에도, 덮어놓고 대통령을 욕하고, 나라를 원망하고, 이웃을 배척하고, 어른을 공격하고……. 그것으로 자기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 같아도 사실에 있어서는 자기의 정체감(주체성)을 잃어버린 꼴이 됩니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가장은 집안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미룰 수가 없습니다. 자기가 집안의 어른이고 주인이기 때문입니다. 아내나 아이들이 불평하고 투정을 부리는 것을 받아야 할 뿐, 자기 스스로는 그것을 달리 쏟을 데가 없습니다. 가정의 책임자, 곧 주인이고 주체인 까닭입니다.
마찬가지로 내가 나라와 겨레의 주인인데 나라일로 누구를 탓하고, 내가 고장의 주인인데 지역일로 누구를 탓하고, 내가 직장의 주인인데 일터일로 누구를 탓하고, 내가 가정의 주인인데 집안일로 누구를 탓하고, 내가 나의 주인인데 내일로 누구를 탓합니까?
생각하여 보면 이 세상에 나와 관련한 일로 남의 탓을 할 것은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종교적 교의(敎義)에 따른 말씀만은 아닙니다. 확실히 가톨릭(천주교)에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하는 고백기도에 가 있고, 언젠가 ‘내 탓이오’ 운동을 벌인 일도 있었지만,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사람의 모든 일은 자기의 판단과 결정으로써 자기가 한 것이고, 그 결과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니, 내 탓이라는 것입니다.
새해에 우리나라는 탕평과 통합과 일치를 내걸고 나가는 새 정부의 깃발이 시대정신이 될 듯합니다. 갈등 논자들은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단절을 과장하여, 예컨대 2030 세대가 대통령 선거 직후에 5060 세대들이 보수에 기울어 투표했다고 노령자들에게 전철무임승차를 철폐하라 했다고 입질을 하고 있는데, 선거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진정한 진보가 아닐 뿐더러, 또한 젊은 사람들의 일시적 분출을 애교로 보지 않고 고착화하는 것은 언론의 잘못입니다. 세상에는 언제나 갈등이 있었고,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더 심하게 나타나는 사회현상인 것뿐입니다.
갈등과 대결을 단절로 확집(確執)하지 말고, 화합과 조화와 평화의 문화(the Culture of Peace)를 달성하기 위하여, 그리고 그 성숙한 주인이 되기 위하여, 겸양의 ‘내 탓이오’를 실천합시다. 이것이 우리들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상실현을 위한 저의 새해 소망입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