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

다문화 소년의 오디션
마이 리틀 히어로
32천년 전 벽화탐험
잊혀진 꿈의 동굴 3D’
 
 
온 가족이 함께 볼만한 영화가 잇따라 개봉한다. 순수한 눈망울을 가진 다문화 가정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마이 리틀 히어로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잊혀진 꿈의 동굴 3D’32000년 전 그려진 동굴벽화를 통해 인류의 그림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다문화 품은 마이 리틀 히어로
아역 배우를 잘 쓰면 영화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은 때가 잔뜩 껴 굳어버린 어른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기 때문이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마이 리틀 히어로는 거부할 수 없는 아이의 맑은 눈망울로 다문화를 노래하는 착한 이야기다. ‘뮤지컬 오디션이라는 설정에서 출발하는 이 영화는 아이의 영롱한 노랫소리를 가득 채워 관객의 마음에 성큼 다가간다.
맨해튼 음악학교 출신임을 내세워 허세와 속물근성으로 똘똘 뭉친 음악감독 유일한(김래원 분)은 대형 작품을 망치고 아동뮤지컬을 전전하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그런 그에게 매니저 희석(이성민)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기회를 주는 뮤지컬 오디션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라고 권유한다. 이 오디션은 주연을 맡을 어린이와 음악감독이 한 팀을 이뤄 경쟁하는 방식이다.
짝을 이룰 어린이 참가자를 얼굴을 보지 않고 노래로만 정하는 첫 방송에서 유일한은 영광(지대한)을 지목한다. 영광은 어머니가 필리핀 출신인 다문화가정의 아이다.
영광의 얼굴을 본 유일한은 조선의 왕-정조를 제목으로 하는 이 뮤지컬에서 얼굴이 까무잡잡한 필리핀계 아이가 선발될 리 없다며 펄펄 뛴다. 하지만,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광을 맡아 오디션을 치르게 되고 영광은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에게 뜻밖의 관심과 호응을 받는다.
계속해서 이기심만 앞세우던 유일한도 영광의 순수한 열망과 맹목적인 노력에 조금씩 변화한다.
이 영화는 사실 매우 도식적인 구도다. 사회 소외계층에 속하는 주인공 아이, 오디션 프로그램, 그 아이를 가르치는 스승의 구도는 뻔한 이야기의 흐름을 예견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기본적인 구도를 영리하게 활용하며 나름의 색깔을 입혔다. 주인공 아이가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다문화가정의 아이라는 점과 아이를 가르치는 스승이란 인물이 아이보다 더 못난 인간으로 출발한다는 점이다.
스승이 아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로 인해 가짜와 허세를 벗고 자신의 순수한 꿈을 맞닥뜨리게 된다는 이야기가 영화의 개성을 살리면서 관객의 공감도를 높인다. 그리고 이런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첫 번째 힘은 주인공을 맡은 아역배우 지대한의 눈망울에서 나온다.
실제 다문화가정의 아이인 지대한은 몇 개월에 걸친 전국 오디션 끝에 발탁됐다고 한다.
영화는 지난해 흥행한 완득이에 이어 다문화가정의 이야기를 본격으로 다루면서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이 겉으론 다문화를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실은 더 타자화하는 것은 아닌지 꼬집는다.
우리는 이해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영광이 엄마의 대사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특별한 체험 잊혀진 꿈의 동굴 3D’
32000년 전에 인류는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이런 상상하기 어려운 질문의 답을 보여주는 영화 잊혀진 꿈의 동굴 3D’가 개봉한다.
1994년 발견돼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벽화의 흔적으로 판명된 쇼베 동굴은 프랑스 남부 아르데스 협곡에 있다. 32000년 전의 벽화를 한 번 보고자 이곳을 방문하려면 왕복으로 며칠이 걸린다. 더구나 극소수의 학자, 연구자들에게만 방문이 엄격하게 제한돼 일반인들은 아예 엄두조차 낼 수 없다.
이렇게 희귀한 동굴을 3D 다큐 영화를 통해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행운인지도 모른다. 특히 역사나 고고학, 인류학, 예술사, 동물학, 미술 관련 분야에 몸담은 학자, 학생, 관계자들에게는 큰 축복일 수 있다.
이 특별한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호기심 많은 영화감독 베르너 헤어조크의 집념 덕분이었다. 감독은 동굴 벽화와의 첫 대면에서 전율을 느끼고 이 특별한 체험을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3D 촬영을 택했다.
감독과 촬영팀이 들고간 카메라에는 동굴사자, 동굴곰, 털코뿔소, , 매머드 등 약 13종류의 동물과 여자의 하체를 묘사한 듯한 그림까지 300여 점의 벽화들이 담겼다.
32000년 전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간을 뛰어넘어 그 흔적을 마주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그림이 주는 압도적인 힘 때문이다. 그 시절의 인간이 그린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사실적인 묘사, 동물의 혼과 기운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한 꿈틀거리는 느낌의 벽화는 보면 볼수록 경이롭다.
감독은 자신의 체험과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해 벽화 자체를 보여주는 데 영화의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당연히 이 영화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부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이에 더해 관객의 두뇌와 감성을 조금 더 자극한다. 당시 인류가 살았던 기후(빙하기), 조건, 환경을 전문가들의 설명을 통해 더듬으며 그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삶을 살았을지 상상하게 한다. 이렇게 엄청난 시공간을 뛰어넘는 체험은 우리에게 현실이라기보다는 초현실의 느낌을 준다. 어떤 비밀스러운 세계로 들어가는 터널의 입구에 서 있는 듯한 기이한 느낌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소재와 특성상 학술적인 측면이 크고 정적인 화면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는 것은 분명히 가치가 있는 특별한 체험이 될 것이다. 특히 3D의 입체감이 놀랍도록 살아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우수논픽션영화상을 수상하고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영되는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시상식에 초청돼 다큐멘터리상을 휩쓸었다. <김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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