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복 흥덕새마을금고 이사장

새해 예산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다. 복지예산이 100조원을 넘어 바야흐로 복지우선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국내총생산(GDP)대비 9.3%에 이르는 액수로 총지출예산(總支出豫算)3분의 1 수준이다. 박근혜 당선인이 후보시절 주장했던 증세(增稅)없이 비과세와 세금감면을 통하여 세원(稅源)을 확보하려는 낮은세율’ ‘넓은세원에 기초한 것으로 복지공약의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또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최고의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각종 보육과 교육관련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는데, 그간 필요한 계층이나 취약계층에만 선별적으로 지원했던 선택적(選擇的) 복지개념에서 전 계층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이른바 보편적(普遍的) 복지개념으로 바뀜을 시사한다.

그동안 무상급식에 대하여 지자체(地自體)마다 재원부족에 따른 파열음을 냈다. 우리 충북의 예를 보더라도 도와 교육청이 급식예산의 분담범위(分擔範圍)를 놓고 잦은 마찰을 빚은 끝에 어렵게 합의를 도출했다. 그동안 중앙정부에서 자치단체에 권한을 위임하면 당연히 예산도 함께 병행돼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 전에는 0~2세 차상위계층 영유아 에만 지원되었던 양육수당과 보육료가 이제 0~5세로 확대되어 보육시설 실비수준으로 지급되게 되었다.

지난해 여·야 정치권은 한목소리로 무상급식(無償給食)을 포함해 무상보육(無償保育)을 약속했다. 이러한 보편적 복지가 시대흐름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재원조달의 지속성과 투명한 지출을 전제로 한 효율성의 확보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확정된 복지관련 일부공약은 막판, 선거에 이기기 위한 방편에서 급조된 것도 사실이다.

속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작 복지 사각지대(死角地帶)에 놓인 취약계층 관련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 항목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의료비 보조(의료급여경상보조) 예산이다.

당초 정부안(중앙정부 부담 5000억원가량)에 비해 2824억원이 삭감됐다. 일반적인 의료보험 환자와 달리 기초수급자로 구성된 의료급여 환자는 진료비를 본인 대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보전해준다.

하지만 매년 이 예산이 부족한 탓에 의료급여 환자를 받는 병원은 진료비를 뒤늦게 받게 되고, 일선 병원에선 외상으로 진료를 받는 이런 환자 받기를 꺼린다고 한다. 가난으로 설움 받는 이들이 사실상의 진료 거부로 또 한 번 어려움을 겪는 이중고(二重苦)인 셈이다.

이런 일을 없애자고 늘린 예산을 국회에서는 무상보육과 반값등록금 등 대선 후보들의 복지 공약을 집행하기 위해 삭감한 것이다.

입으로는 경제민주화(經濟民主化)를 외치고 보편적 복지에 가까운 예산편성을 하면서도 정작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위한 예산은 외면해버린 것이다.

돌이켜 유럽 발() 재정 위기는 무분별한 복지경쟁(福祉競爭)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지는 후퇴가 없기에 한번 길들여지면 이를 멈추거나 바꾸기가 어렵다. 따라서 성장을 바탕으로 한 지출이 우선돼야한다. 복지사회의 궁극적 구현목표(具現目標)는 사회구성원이 삶을 영위해가는 과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국가가 이를 대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고 극복(克復)하는데 조력하여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함에 있다.

세계2차대전 후 영국의 노동당이 국민의 완벽한 사회복지를 실시한다는 목표아래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의 최저생활을 국가가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를 통하여 보장함으로써 국민생활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이 슬로건은 지금까지 세계 모든 선진국들의 최고 목표이자 이상이 되고 있다.

복지는 이렇게 국민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이상적인 국가를 만들어 가는데 궁극적 목표를 가지고 실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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