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르다틀리다를 구분하지 않고 있음을 본다. ‘다른 것은 다양 것의 한 부분으로 틀린 것이 아니다. ‘틀린 것은 옳은 것의 상대어로 잘못된 것을 말한다.

나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상대방의 의견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다문화의 세계가 그렇다.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여성들이 많아서 다양한 성격과 특징을 내재하고 살아간다. 그들만의 세계가 있고, 그것은 다양함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행동이 다르니까 틀린 것으로 낙인찍어 버린다. 필자가 어려서 가래떡을 간장에 찍어 먹었더니 서울에서 온 4촌이 이상한 눈으로 보았다. 조청이나 설탕을 찍어먹는 그들과 내가 달라보였던 것이다. 복숭아를 소금에 찍어 먹는 베트남 여성이 우리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문화가 틀린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오늘날 잘 살게 된 것은 어느 지도자의 역할도 중요했지만 우리 민족이 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있음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이런 빨리빨리 사고방식이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참사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고속성장을 하는데 도움이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요즘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터키사람도 자주 만나는데 이들 모두 예외 없이 같은 면이 있다면 느리다는 것이다. 정말 느리다. 말할 수 없이 느리다. 우리나라 사람들 같았으면 벌서 끝났을 일을 1년이 다 되도록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다. 때로는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누가 아쉬운 것인지도 모른다.

필자는 50년이 훨씬 넘도록 쉼표 없이 인생을 살아왔으니 천천히(만만디)’ 돌아가는 그들과 합하기가 쉬울 수는 없다. 터키와 함께 시도한 국제학교, 인도네시아 아체와 시도했던 대학 설립과 병원 설립, 말레이시아와 체결하고 있는 한국어 교육기관 및 한국어 교사 양성 계획 등 무수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한 번 메일을 보내면 한 참 걸려야 답신이 오고, 채근하면 채근한다고 투덜거린다. 중국 공상대학과 한국어 교수 채결을 위한 상호이해각서를 체결한 것이 1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공상대학에 한국어학부를 만들었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 필자의 경우는 다문화가정의 여성들과 오랜(?) 세월 함께 생활하면서 이국적인 문화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 외국인들과 교류하지 않은 일반 시민들이야 외국인들을 느려터짐에 얼마나 견디기 힘들까 이해가 간다. 그러니 문화가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라고 쉽게 말해 버리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에 관한 수용성을 제고해야 한다. ‘다른 것틀린 것을 구별하고 나의 문화만 옳은 것이 아니고 타인의 문화도 수용해 주어야 한다. 전라도 여자와 경상도 남자가 결혼하여 사는 것도 다문화의 일종이다. 어차피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섭수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인종이나 문화에 대한 차별을 금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정책적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근거를 마련하고 지나치게 표현하는 현대인의 사고의 틀을 깨야 한다.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오만함이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우리에게 외국인들은 놀랄 수밖에 없다. 천천히 해도 되는데 왜 그렇게 서두르냐고 한다. 그들이 봤을 때는 우리를 틀리다고 할 수도 있다.

일반학생과 다문화가정의 학생이 상호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어린시절부터 다양함을 존중할 줄 아는 사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요즘 그나마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한 반에 50%를 넘는 경우가 많아 그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어눌한 발음은 여전히 왕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른 것은 다르다고 하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구분할 줄 아는 지식이 필요하다.

요즘 인수위가 화두에 올랐다. 다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인물이 어디 없을까? 다문화는 잘 하면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요, 잘못하면 핵폭탄과도 같이 위협적일 수 있다. 미래를 볼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중부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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