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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한 매생이 한 그릇에 “겨울이 즐거워요”
따끈한 매생이 한 그릇에 “겨울이 즐거워요”
  • 이도근
  • 승인 2013.01.24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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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고운 그 맛에 입천장 데여도 ‘허겁지겁’

천관산 중턱 문학공원선 유명문인 육필원고 만나

 

남포마을 ‘석화구이’·안양면 ‘키조개’ 식도락 유혹

읍내 탐진강변의 ‘토요시장’…눈·맛·몸 모두 호강

 

‘겨울여행’이라 하면 전국 주요 명산의 ‘설경’을 보는 것이나 바닷가 ‘일출’을 보러 떠날 생각을 하게 된다. 온 가족이 오붓하게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온천여행’도 겨울의 운치를 느끼는 여행이다.

매서운 동장군의 기세에 밀려 집안에서 보내기 보단 차라리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떨까. 겨울에 더욱 맛있는 뜨끈한 매생이국을 맛볼 수 있는 곳, ‘매생이의 고향’이라 불리는 전남 장흥으로 떠나보자. 춥지만, 그 추위를 잊게 만드는 겨울 여행만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바다의 ‘잡초’에서 ‘귀족’으로

“남도의 싱그러운 내음이, 그 바닷가의 바람이, 그 물결소리가 거기에 다 담겨 있었던…” 안도현 시인이 ‘사람’이라는 산문집에서 매생이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뜨끈한 매생이국 한 술 떠 입 안으로 넣는 순간, 가득 퍼지는 향긋한 갯내음은 예전 한 CF의 “아~바로 이맛이야”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김도 아니고 파래보다는 올이 가는 매생이는 혀처럼 부드럽고, 여인의 머릿결처럼 곱다. 지금은 겨울철 남도 최고의 별미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으나, 한때는 어민들에게 골칫거리였다. 김을 양식하는 대나무발에 매생이가 붙으면 김값이 떨어지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던 것. 하지만 지금 김과 매생이의 위치는 서로 바뀐 상태다. 바다의 ‘잡초’에서 ‘귀족’으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매생이는 지금이 제철이다.

매생이의 고향은 10여년 전 처음 양식에 성공한 전남 장흥군 대덕읍 내저리의 ‘갬바우벌 안바다’다. 마을 앞길이 아예 ‘매생이길’로 이름 붙었다.

고금도 등 크고 작은 섬들에 둘러싸여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는 매생이발을 묶어놓은 대나무 말뚝(말장)이 촘촘하게 박혀 기이한 풍경을 연출한다. 물이 빠져 초록색 융단으로 바뀐 매생이 양식장은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하다.

매생이 채취 시기는 12월 중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채취한 매생이는 갯물에 헹궈 김과 파래를 골라내고 물기를 짜 주먹 크기의 덩어리로 만들어 출하한다. 매생이 한 덩어리는 약 400g으로 장흥읍내의 정남진토요시장에서 4000∼5000원에 팔린다. 국으로 끓이면 4∼5인분 되는 양이다.

청정해역에서 자라는 매생이는 철분과 칼륨 등 무기염류와 비타민이 풍부한 건강식품.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매생이는 가늘기가 누에실과 같고 소털처럼 촘촘하며 맛은 향긋하고 달콤하다”고 적고 있다. 부드러운 맛과 바다 향기 그윽한 매생이국이 속풀이 해장국으로 인기가 높은 이유다. 옛날엔 돼지고기와 함께 끓여 먹었다는데 요즘은 주로 굴을 넣어 끓인다. 장흥에서는 국물이 안보일 정도로 되직하게 끓여야 제대로 된 매생이국으로 대접받는다. 매생이 칼국수와 매생이 부침개도 남도에서나 맛보는 별미 중 별미다.

재미있는 사실은 매생이국은 아무리 뜨거워도 김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멋모르고 마셨다가는 입천장을 데기 십상이다. 하지만 매생이국의 참맛을 알고 나면 입천장이 열 번 백 번 데이더라도 허겁지겁 마시지 않을 수 없다.

부드러운 데다 너무 맛있어 혀를 잘 붙들지 않으면 혀까지 넘어가 버린다는 맛. 한겨울 장흥에서나 맛볼 수 있는 부드러움의 극치라고 하겠다.

 

●인정 넘치는 ‘슬로시티’ 장흥여행

매생이국 한 그릇으로 속을 뜨끈하게 데웠다면 장흥 여행에 나서보자.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인 장흥은 예로부터 문림의향(文林義鄕)으로 불리는 곳. 가사문학의 효시 ‘관서별곡’을 남긴 기봉 백광홍 선생부터 소설가 이청준과 송기숙, 한승원, 이승우 등 수많은 문인들이 이곳에서 태어나 역작을 남겼다. 이들은 장흥의 하늘과 들판, 기름진 개펄을 소재로 작품을 썼다. 시인 곽재구는 장흥을 두고 “열애처럼 쏟아지는 끈적한 소설의 비가 내리는 땅”이라고 했고 지식경제부는 전국 최초로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하기도 했다.

천관산 중턱에는 이들을 기념하는 문학공원이 있다. 이청준, 한승원, 차범석 등 국내 유명문인 54명의 육필원고가 새겨진 문학비들이 전시돼 있다. 문학공원 가는 길 양편에는 삐죽삐죽 솟은 돌탑이 서 있다. 그 수만 무려 600여개에 달한다.

회진은 문학도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이청준 생가와 한승원 생가가 지척이다. 고만고만한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포구의 모습은 평화롭기만 하다.

한승원은 율산마을에 ‘해산토굴’이라는 집필실을 마련하고 현재까지 이곳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안양면 여닫이해변에는 ‘한승원 문학 산책로’도 마련되어 있다. 바다를 따라 그의 글이 새겨진 비석이 줄줄이 이어진다.

진목리는 소설가 이청준이 태어나 자란 곳이다. 이청준은 진목리에서 중학교 시절까지를 보냈다. 마치 70년대로 돌아온 듯 진목마을은 전형적인 한촌이다. 마을입구 공터 한쪽의 마을창고벽에는 ‘79 우수 마을 특별지원 사업’이라는 페인트 글씨가 새겨져 있다. 이 조그만 마을의 삶의 경험을 이청준은 그의 소설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진목마을의 이청준 생가에는 사진과 유물이 다소곳하게 놓여 있고 마당 한쪽에 놓인 장독대가 정겹다.

용산면 남포마을은 임권택 감독이 1996년 영화 ‘축제’를 찍었던 곳이다. 마을 앞 바다에 둥실 떠 있는 소등섬은 썰물 때면 뭍과 연결되는데 정월 대보름날 당제를 모시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남포마을은 석화구이로도 유명하다. 겨울철 소등섬에는 석화구이를 판매하는 비닐하우스 촌이 들어서고,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싱싱한 석화를 맛보기 위해 모여든다.

장흥하면 ‘조개의 왕’ 키조개도 빼놓을 수가 없다. 안양면의 수문은 국내 최고의 키조개 산지로 알려졌다. 회로 먹으면 담백하고, 데쳐 먹으면 부드러우면서 쫄깃함이 살아 있다. 새콤달콤한 회무침으로 먹어도 좋다.

장흥 토요시장도 빼놓지 말자. 매주 토요일 장흥읍내를 가로지르는 탐진강변에서 열린다. 재래시장을 정비해 만든 전통 체험시장으로 볼거리, 먹을거리, 살거리가 푸짐하다. 매생이국·감태지는 기본이고 국숫발처럼 생긴 해조류 꼬시래기 무침과 굴 무침 등 겨울 제철 해산물들을 싼값에 만날 수 있다. 한우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한우거리도 있으며, 풍물놀이와 각종 전통공연, 즉석 노래자랑도 즐길 수 있다.

<이도근>

 

 

●문의

장흥군청(www.jangheung.go.kr·☏061-860-0224(문화관광과), 장흥 키조개마을(http://key.invil.org·☏862-6644), 장흥토요시장(☏864-7002)

 

●가는 길

<서울방면> 서해안고속도로-목포IC-2번국도-강진-장흥 / 호남고속도로-광산IC-나주·영암·강진-장흥 <부산방면> 부산-남해고속도로-순천IC-벌교-보성-장흥

 

●주변 볼거리

돌탑들이 즐비한 천관산 문학공원, 천관산 자락 동백군락지, 관산읍 방촌리 방촌전통문화마을, 사우나·찜질방·노래방·식당·전망대까지 갖춘 안양 바닷가 옥섬워터파크 등에도 들러볼 만하다. 겨울의 제암산에 올라 설경을 보거나 겨울바다에서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정남진해양낚시공원도 가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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