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최초 극영화 부문 최고상 수상..제주 4.3 다룬 영화

제주 4.3의 역사를 다룬 한국영화 '지슬'이 세계 최고 권위의 독립영화 축제인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지슬'은 26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열린 29회 선댄스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극영화(드라마틱)' 부문의 심사위원대상(Grand Jury Prize)을 받았다.

선댄스영화제는 초청작을 자국인 미국 영화와 외국 영화(월드시네마)로 나누고 다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부문을 나눠 4개 부문에서 상을 준다. 심사위원대상은 각 부문 최고의 작품에 주는 상으로, '지슬'은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에서 이 상을 받았다.

지슬'의 대상 수상은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으며, 결정하는 데에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이 영화 제작사인 자파리필름은 전했다.

한국영화가 이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것은 2004년 김동원 감독의 '송환'이 월드 시네마 다큐멘터리 부문에서 본상이 아니라 특별상에 해당하는 '표현의 자유상'을 수상한 것이 유일하다.

그동안 이윤기 감독의 '여자, 정혜'(2005)가 월드시네마 극영화 부문에,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2008)가 월드시네마 다큐멘터리 부문에 초청됐지만 수상하지는 못했다. 본상 중에서도 최고상인 심사위원대상을 받기는 '지슬'이 처음이다.

'지슬'을 만든 오멸(42) 감독은 전날 먼저 귀국해 시상식에서 비디오 동영상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 상은 개인적인 영광보다는 제주 섬사람들의 통증을 이야기한 영화이다 보니 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영화를 찍는 동안 함께 해주신 수많은 영혼과 같이 나누고 싶고요. 또 이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만들어준 선댄스 영화제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지슬'은 제주 4.3사건을 소재로 1948년 11월 제주에 '해안선 5km 밖의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하고 무조건 사살하라'는 미군정의 소개령이 내려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흑백영화로 그렸다. 군인들의 민간인 학살은 참혹하지만, 산속 동굴에 숨어 감자를 나눠 먹으며 집에 두고 온 돼지 걱정을 하는 순박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졌다. '지슬'은 제주 방언으로 감자를 뜻한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시민평론가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감독상, CGV 무비꼴라쥬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또 지난 23일 네덜란드에서 개막한 제42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스펙트럼 부문에도 초청돼 상영을 앞두고 있으며, 오는 2월 5일부터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19회 브졸아시아국제영화제 장편영화 경쟁부문에도 진출해 있다.

선댄스영화제는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배우 겸 감독인 로버트 레드포드의 후원으로 시작된 독립영화제다.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에서 레드포드가 맡은 배역 '선댄스 키드'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1985년 미국영화제를 흡수해 영화제가 공식 출범했다. 스티븐 소더버그, 코엔 형제, 쿠엔틴 타란티노 등 유명한 감독들이 젊은 시절 이 영화제를 통해 발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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