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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쉬어가는 ‘증도’소금밭 사잇길을 느리게 걸어보자
시간도 쉬어가는 ‘증도’소금밭 사잇길을 느리게 걸어보자
  • 이도근
  • 승인 2013.01.31 1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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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군 증도 ‘천년의 숲’

 

앞만 보고 달리기에 바쁜 현대인들은 여유를 갈망한다. ‘빠름~ 빠름’ 한 CF 문구처럼 속도와 편리함만 찾는 우리들은 많이 가졌으면서도 한편으론 늘 부족하다고 한다. 최근 ‘느림’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조금은 더디고 불편하더라도 천천히 누리고 즐기고자 함이다.

한겨울 황량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면, 바다의 어스름한 푸른빛이 그리워진다. 바다에 수놓인 칠면초의 붉은색으로 발길을 이끈다. 주말에 적당한 ‘느림’과 ‘외로움’을 쫓아 남쪽 섬 신안 증도로 떠나 잠시나마 시간과 이별하는 기분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느리게 사는 남쪽의 ‘보물섬’

전남 신안군 증도는 전라도 목포에서 약 49㎞ 떨어져 있다. 지도를 보면 해상 3㎞ 지점에 위치한다.

‘신안해저유물’이 발견된 ‘보물섬’으로 유명하다. 1976년 이곳에서 송·원대 해저유물이 나와 세간을 놀라게 했다. 증도는 신안군에 점점이 흩어진 1004개의 섬으로 이뤄져 ‘천사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섬이지만, 차를 타고 갈 수 있다. 2010년 지도읍과 증도면을 잇는 증도대교가 개통됐기 때문. ‘꿰어진 보배’ 서 말이 가득 찬 셈이다. 무안 해제반도에서 다리를 건너면 지도(智島). 징검다리처럼 다시 사옥도를 건너면 닿는 곳이 증도다. 말은 길지만, 차로 달리면 무안에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 짧은 시간 동안 육지에서 섬 특유의 분위기로 바뀐다.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도 유명하다. 1999년 ‘느리게 살자’라는 구호 아래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슬로시티’ 운동은 국제연맹이 설립되며 전 세계로 확산됐다. ‘슬로시티’로 인증받기 위해서는 5만명 이하 인구, 잘 보존된 자연생태계, 수공업 전통과 문화유산, 유기농법 음식 등 수십개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증도는 여유롭고 평화로운 풍경 덕분에 2007년 슬로시티로 인증을 받았다.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고 패스트푸드점이 없는 등 수십 개의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시킨 결과다. ‘슬로시티’라는 이름에 걸맞게 증도 곳곳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과 고유한 전통, 그리고 친환경적인 생활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 국내 최대 태평염전에 ‘감동’

증도가 간직한 가장 큰 매력은 갯벌과 염전. 유네스코는 갯벌과 독특한 생태자원을 간직한 증도를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느림’을 상징어로 가진 증도는 겨울에 더 시계침 소리가 더디다. 갯벌에서 먹이를 찾으며 뒹굴었던 짱뚱어가 깊은 겨울잠을 자고, 늦봄부터 늦가을까지 증도 주변의 염전을 메웠던 염부들의 뜨거운 외침과 손놀림이 멈춰버린다. 짱뚱어를 보고 싶은 유혹과 염부들의 구수한 목소리가 눈과 귀에서 간질간질해 여름에 다시 이곳을 찾게 만든다.

증도를 대표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단일염전인 태평염전은 겨울 바다를 지키고 서 있다. 여의도의 두 배 크기로 부지만 무려 462만㎡(142만평)에 이르는 이곳은 우리나라 천일염 생산량의 6% 정도인 연간 1만5000t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원래 증도는 전증도와 후증도로 나뉘어 있었는데, 1953년 한국전쟁 직후 피난민들의 정착을 위해 갯벌에 둑을 쌓아 염전을 만들면서 하나의 섬이 됐다고 한다.

드넓게 펼쳐진 바둑판 모양의 염전과 길게 줄지어 서 있는 대형 소금창고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룬다. 증도 천일염은 몸에 좋은 미네랄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다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전통 수작업 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이곳에서는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진 염부들의 수고로 피어난 ‘소금꽃’을 볼 수 있다. 이곳의 필수 코스인 소금밭 체험은 바닷물이 증발하면 거저 소금이 얻어지는 줄 아는 이들에게 소금 농사의 정성을 깨닫게 하는 좋은 기회다.

차가워진 바닷바람은 소금창고와 염부들의 바쁜 손놀림을 멈추게 한다. 기온이 25도 이하로 내려가는 10월 말이면 소금 작업은 끝이나 찾아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염부들은 대파로 밀면서 시연(試演)을 벌인다. 염부들이 시연하는 결정지와 증발지 바닷물 아래가 온통 까맣다. 갯벌 위에 까만 PVC 장판을 깔아 채염(採鹽)하는 장판염 방식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까만 장판은 햇빛을 잘 빨아들여 생산량을 늘려주고 생산 시기를 앞당겨준다. 토판염에 비해 소출도 세 배가량 더 나오는 데다 깨끗하고 품도 훨씬 덜 들지만 PVC에서 발생하는 환경호르몬은 걱정이다.

염전 들머리에 있는 소금박물관도 꼭 들러봐야 할 곳이다. 원시시대에 소금을 찾아다녔다는 맘모스 조형물이 서 있는 박물관 내부에는 ‘생명의 근원’이라는 소금과 관련된 짭짤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단층 석조 건물인 이 건물은 원래 소금창고였던 곳으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박물관 구경 후에는 찜질방처럼 되어 있는 소금 동굴 힐링센터에 들러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겠다.

 

●어느새 빠져드는 ‘느림의 미학’

갯벌에는 ‘짱뚱어 다리’가 있다. 길이 470m로 다리 아래 갯벌에 짱뚱어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찬바람이 귓전을 때리는 이즈음에는 짱뚱어는 고사하고, 행인들의 발걸음도 좀체 없다. 시큰한 고독감에 빠지고 싶은 이라면 이곳에서 지나온 삶을 되새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물론 폐부에서 고독감을 느끼고는 새 삶을 위해 ‘운동화 끈’을 조여야 할지도 모른다.

짱뚱어다리를 건너면 은빛 모래의 우전해수욕장 해변에 닿는다. 우전해수욕장 앞바다 점점이 떠 있는 무인도가 묘한 느낌을 불러온다. 길이 4㎞, 너비 100m의 우전해수욕장은 여름이면 이국적인 풍광으로 사람들을 유혹한다.

썰물 때는 해수욕장 옆으로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이 아름답다. 우전해수욕장 우측에 마련된 갯벌생태전시관은 갯벌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를 전시해 볼거리가 된다.

해수욕장 주변 나무에 겨울옷을 단단히 입혀 놓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숨길 수가 없다. 해수욕장 뒤로는 해송 숲이 울창하다. 숲의 모양새가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고 해 ‘한반도 해송 숲’으로 불린다. 그중 ‘망각의 숲’이라는 이름을 보고는 뛰어 들어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한반도 모양을 선명하게 보려면 증도에서 가장 높은 상정봉에 오르면 된다.

증도면사무소 옆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약 20분 오르면 정상이다. 은빛 해수욕장과 해송 숲을 거닐다 보면 힐링이 저절로 되는 기분을 느낀다. 모두 떠난 바닷가에 외로운 파도소리. 갯벌 위를 기어 다니는 칠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릴 듯 한적함과 느림. 이것이 증도 여행의 백미다.

동양일보는 ‘2월 길여행’으로 신안 증도의 바닷가 문화생태탐방로인 ‘모실 길’ 중 ‘천년의 숲길’을 찾아간다. 수령 60년 된 해송(곰솔)으로 가득 차 있어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닷바람과 뒤섞인 솔향기를 맡으며 걸을 수 있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한 매력적인 길이다. <이도근>

●여행 팁

증도는 전라남도 신안군의 1000여개 섬 중 하나이며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람사르 등록습지. 갯벌도립공원 등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자동차로 섬을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분 이내로 짧지만 태평염전. 소금박물관. 염생식물탐방로. 갯벌박물관. 우전해수욕장. 신안해저유물박물관 등 곳곳의 명승을 체험하고 돌아본다면 한나절이 꼬박 걸릴 정도로 알찬 여행지다.

증도에는 제주 올레길처럼 걷기좋은 모실길(5개 코스·총연장 42㎞)이 있고. 언덕 구간이 별로 없어 자전거로 둘러보기에도 좋다. 남쪽 해안엔 전용 해수욕장까지 갖춘 엘도라도 리조트가 있지만, 슬로시티 여행 중에는 민박이 어울린다. 한옥을 비롯한 민박시설이 잘 돼 있다. 증도민박 사이트(www.j-minbak.com)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문의

증도면사무소(jeungdo.shinan.go.kr·☏061-271-7619), 신안군 문화관광(tour.shinan.go.kr·☏061-240-8357), 증도 슬로시티 위원회(www.slowjeungdo.com·☏061-240-8884 )

 

●가는길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 간 고속도로(공주분기점)→당진·대전 간 고속도로 서천·청양 방향→서천·공주 간 고속도로(서주분기점)→서해안 고속도로 목포·군산 방향→북무안 IC→24번 국도 이용→현경→해제→지도→사옥도길→증도대교 <대전방면>=유성(서대전IC)에서 호남고속도로→정읍 IC→22번 국도→서해안 선운산 IC→북무안 IC→(이후 수도권과 동일) <대구방면>=88고속도로→광주·무안 간 고속도로→북무안 IC→(이후 수도권과 동일) <부산방면>=남해고속도로→광주·무안 간 고속도로→북무안 IC→(이후 수도권과 동일)

 

●추천여행코스

<1일차> 북무안 IC→지도읍→증도대교→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우전해수욕장→짱뚱어다리→만들독살→천년 해송숲→숙박 <2일차> 증도갯벌생태전시관→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소금박물관→태평염전(염전 체험)→귀가

 

●동양일보 2월 길여행

2월 16일(토) 오전 7시 흥덕구청 주차장 입구 출발(문의 cafe.daum.net/dyway·☏043-211-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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