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연기 장면.<자료사진>

 '피겨 여왕' 김연아(23·고려대)에 이어 '일본 피겨의 간판' 아사다 마오(23)가 국제 대회에서 200점대를 돌파하면서 두 맞수의 오랜 라이벌전을 향한 팬들의 기대감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아사다는 10일 일본 오사카에서 막을 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205.45점의 시즌 최고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74.49점)과 프리스케이팅(130.96점)에서 나란히 시즌 최고 기록을 작성, 지난해 12월 독일 NRW트로피에서 김연아(쇼트 72.27점, 프리 129.34점, 종합 201.61점)가 받은 점수를 뛰어넘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어 '전초전' 성격을 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캐나다 런던)를 앞두고 두 선수 모두 총점 200점대를 넘으며 최고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어 맞대결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피겨 인기 '쌍끌이 스타' 2년 만에 재회 = 김연아와 아사다는 노비스(13세 이하)와 주니어 시절부터 세계 정상을 두고 공방전을 벌여 전 세계 피겨 팬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시니어 무대에서도 두 선수의 라이벌전 결과가 곧 여자 싱글의 판도를 결정할 만큼 압도적인 기량으로 흐름을 주도했다.

두 선수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세계선수권대회와 동계올림픽 정상을 나눠 가졌다.

200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아사다가 우승을 차지했고, 고관절 부상으로 고생하던 김연아가 '진통제 투혼'을 펼치며 프리스케이팅 1위에 올라 동메달을 따내는 명승부를 연출했다.

2009년 대회에서는 김연아가 여자 싱글 역대 최고점(207.71점)으로 우승했지만 아사다는 점프 난조에 빠져 4위에 그치면서 전세가 역전됐다.

이어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둘의 라이벌 구도는 김연아의 승리로 굳어졌다.

아사다가 그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년 만에 정상을 되찾았지만 2011년 대회에서 김연아가 은메달을 따는 동안 아사다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후 김연아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집중하고 아사다는 깊은 침체에 빠져들면서 두 선수의 맞대결을 지켜볼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김연아가 빙판 복귀를 선언하고 아사다가 기량을 되찾을 기미를 보이면서 약 2년 만에 '흥행 카드'가 성사된 셈이다.

◆김연아의 '3-3점프' vs 아사다 '트리플 악셀' = 두 선수는 절정의 기량으로 맞붙던 시절의 주특기를 다시 들고 나와 더욱 관심을 끈다.

기술적인 요소로 시각을 한정했을 때 김연아의 주무기는 연속 트리플 콤비네이션 점프다.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한 차례씩 구사하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현재 ISU 규정에서 기본 점만 10.10점을 주는 고난도 기술이다.

김연아를 제외하면 이런 수준의 점프를 구사하는 선수가 없을 정도로 기본적인 난도가 높을뿐더러, 실전에서 높은 수행점수(GOE)를 얻을 만큼 완성도도 높다.

이 점프뿐만 아니라 다른 점프에서도 '교과서'로 불릴 만큼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고, 높은 예술성까지 곁들여 김연아는 당대 최고의 선수로 군림해 왔다.

김연아의 벽을 넘으려고 아사다가 선택한 기술은 트리플 악셀이다.

다른 3회전 점프보다 반 바퀴를 더 도는 이 점프는 여자 선수들의 경기에서는 흔치 않은 고난도 기술이다.

 

아사다 마오(일본)가 10일 4대륙 피겨 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스파이럴 연기를 펼치고 있다.
기본점이 8.50점으로, 더블 토루프 점프를 붙여 콤비네이션으로 뛰면 9.80점으로 상당히 높아진다.

 

아사다는 은메달을 목에 건 밴쿠버 동계올림픽 당시 콤비네이션을 포함해 이 점프를 세 차례 구사했다.

이후 지나치게 이 점프의 완성도에 집착하다가 깊은 난조에 빠진 아사다는 한동안 트리플 악셀을 포기하는 듯했으나 이번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 다시 선보였다.

아직 전성기의 기량만큼 완벽하게 뛰는 수준은 아니다.

쇼트프로그램에서는 1.57점의 GOE를 챙기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회전수 부족 판정과 함께 2.43점을 깎였다.

콤비네이션 점프로는 아직 시도도 하지 못했다. 여전히 김연아의 우세가 점쳐지는 이유다.

하지만 아사다가 세계선수권대회까지 기술의 완성도를 높인다면 이번 대회보다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사다는 "아직 실전에서 스피드와 회전수가 부족한 면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지금 성공률은 30% 정도"라고 말했다.

◆시련을 이기고 성숙해진 두 스타…'최고의 대결' 기대 = 두 스타가 벌이는 2년 만의 맞대결이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각자 나름의 시련을 거치며 내적으로 한층 성숙해졌다는 점이다.

김연아는 안으로는 올림픽 금메달 이후 찾아온 허탈감과 싸우고 밖으로는 차가워지는 눈초리를 견뎌야 했다.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에 한 차례 출전한 것을 제외하면 오랫동안 실전 무대에는 나서지 않은 채 자신의 미래를 고민했다.

그러는 사이에 경기 외적인 일로 논란에 휩싸이는 등 바람 잘 날 없는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김연아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2018년 평창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이 되겠다는 새로운 꿈을 설정하고 새 출발 했다.

의욕을 되찾은 김연아는 지난해 복귀전인 NRW트로피에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일찌감치 소치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세운 아사다도 부진이 겹친 데다 2011년 어머니까지 별세하면서 큰 충격을 받아 은퇴를 고려했다.

언니 등 주변의 도움으로 힘을 찾은 아사다는 상실감을 극복하고 올 시즌 조금씩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두 차례 그랑프리 시리즈를 석권했고, 그랑프리 파이널 금메달까지 목에 걸더니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는 통산 세 번째 200점대 기록을 작성했다.

절정의 기량으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은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3년간 김연아와 아사다는 나름의 시련에 부딪혔다가 이를 이겨내고 다시 정상권의 실력을 선보였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와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1년 동안 피겨 팬들은 어쩔 수 없이 두 맞수의 행보에 다시 집중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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