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태 만 청주시 흥덕구청장

 

 

요즘 내가 일하는 청주시 흥덕구청장실은 때 아닌 봄을 맞은 것 같다. 매일같이 찾아오는 주민들과 함께 사람 사는 이야기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져 따뜻해지기 때문이다.

구청장실을 들어오는 주민들의 표정은 쑥스러움 반 겸연쩍음 반 그런 것 같다. 서로 어색하게 자리에 앉아 약간은 긴장 된 표정으로 이야기를 꺼내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다 보면 어느새 모두들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어 큰소리로 웃곤 한다. 그럴 때 마다 구청장실에 밝은 새봄이 찾아오고 있는 것을 느낀다.

흥덕구에서는 지난달 29일부터 쏙쏙들리는 구민의 소리, 소통이 있는 열린 구청장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구청장실을 열어놓고 주민들을 맞이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의 첫 번째는 구청장실은 주민들이 언제 어느 때나 편안하게 드나 들 수 있는 안방 같은 곳일 때에야 비로소 소통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두 번째는 구청장실을 찾는 주민이 하루에, 한 달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를 생각해보니 그 수가 얼마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매일 오후 2시에 동별로 돌아가며 8~9명의 주민들을 모시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지금까지 모두 60명의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주민들이 구청장실을 방문하면 구청장은 제일 먼저 이런 질문을 한다. “구청장실에는 어떤 사람들이 올까요?” 그러면 그때부터 대화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주민들이 구청장실을 처음 찾아 왔다고 말한다. 구청장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처음 구경을 하는 순간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주민들과 주로 나누는 이야기는 자신들이 살고 있는 동네 이야기이다. 캄캄한 골목길에서 생긴 좋지 않은 일들, 경로당에서 지내는 어르신들의 이야기, 쓰레기를 치우다 생긴 에피소드, 어렵게 살고 있는 이웃의 이야기, 살고 있는 아파트단지의 불편한 점, 동네 슈퍼 아주머니 이야기, 집에 임대가 안 나가서 고생하는 이웃 이야기 등 살면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소소하고 풋풋한 이야기들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구청에서 해결 가능한 일들은 즉시 담당직원과 연결하여 답변 할 수 있도록 하고, 시청이나 타 기관과 관련 된 사항들은 어느 곳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를 설명해 준다. 대화를 나누며 그 자리에서 속 시원히 해결되는 일들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늘 주민들은 대화가 끝나고 나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밝은 웃음을 남기며 자리를 뜬다.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주민들이 문제꺼리를 가져와 이야기를 하면서 그 문제가 해결 될 때에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들어 줄때부터 이미 만족해 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대화는 변화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이다. 주민과의 대화를 통하여 알게 된 불편사항이나, 잘못 된 일들을 고쳐 나가는 일이 그것이 바로 변화라는 생각이다.

장자에 따르면 소통을 위한 다른 사람 지각하는 세가지방법이 있는데, 첫째는 귀()로 상징되는 감각적 인식, 둘째로는 마음()으로 상징되는 일상적 의식, 마지막 기()로 상징되는 감각과 생각으로 사물의 옳고 그름을 가려내는 사변(思辨)을 넘어서는 인식의 형태인데 장자는 세 번째 형태의 인식작용을 권장하는 이유를 귀는 고작 소리를 들을 뿐이고 마음은 자신에게 부합되는 것만을 알뿐이지만 기()는 비어서 다른 사람과 마주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통은 글자 그대로 막힌 것을 터버린다는 뜻의 소()새로운 연결을 뜻하는 통()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개념으로 장자의 주장처럼 기()로써 상대를 인식하기까지는 어렵겠지만, 귀로 잘 듣고 마음으로 이해만 해준 다 하여도 서로 막힌 것이 뚫리고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흥덕구는 주민이 바라는 삶의 질그리고 공간의 질이 높은 살기 좋은 지역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진정으로 소통하고, 소통을 통해 변화해 가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구청장실이 처음 찾아와 쑥스럽고 어색한 표정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줄을 잇는 곳이고, 구청장실은 누구나 찾아와 소소한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방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흥덕구의 쏙쏙들리는 구민의 소리, 소통이 있는 열린구청장실은 주민의 온기가 가득한 사랑방으로서 계속 운영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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