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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설날 덕담
어려운 설날 덕담
  • 동양일보
  • 승인 2013.02.1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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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 교수
 어려운 설날 덕담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직원들을 만났다. 설인사를 대신해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했더니 직원 선생님들도 “감사합니다. 교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한다. 설인사는 양력이나 음력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가 일반적이다.

얼마 전에 안동대학교에 있는 임재해 교수와 페이스 북을 하다가 재미있는 대화가 오고 갔다. 임 교수는 새해 인사법으로 양력설에는 “ 새해 안녕하십니까?”를, 음력설에는 “설 잘 쇠셨습니까”가 좋다고 하여 필자의 견해를 붙이고 토론하였다. 참으로 어려운 대화가 오고 갔다. 과연 다문화가정의 가족들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궁금했다. 주변에 있는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에게 전화를 넣었더니 모두 한결같이 “교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였다.

필자가 대학원에 다닐 때의 이야기다. 상당히 고지식한 딸깍발이 은사님이 계셨다. 설날 세배하고 앉아서 늘 하던 대로 “선생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했더니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문학을 하는 놈들이 한국어도 제대로 모르고 사용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분의 말씀은 이렇다. “받으세요”라고 하는 것은 명령형 종결어미다. 그러므로 아랫사람이 어른한테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그러니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혹은 “새해 더욱 건강하시길 소원합니다”와 같이 기원하는 형식으로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그 때 생각이 나서 임교수에게 위의 글을 보냈다. 지금도 필자는 어른들을 만나면 조금은 어색하게 들리지만 그 때의 심정으로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라고 할 때가 많다.

필자가 보낸 질문에 임교수의 답이 일리가 있어 여기에 옮겨 본다. 일반화되어 버린 상식과 규격화된 논리를 따지지 말자는 것이 핵심이다. 참으로 의미있는 답변이다. 감히 아랫사람이 어른한테 명령형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새해인사는 이미 굳어버린 형태라는 것이다. 아카데미즘(학문주의)과 프래그마티즘(실용주의) 사이에서 헤매지 말고 현실을 보자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과거에는 형식이 많아 그것의 구애받고 언어생활을 하였지만 지금은 단순화된 언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간편한 언어(어휘)를 사용한다. 이모티 콘을 많이 활용하는 것도 동일한 발상이다.

우리말은 논리를 벗어난 것이 많다. 예를 들면 “문 닫고 들어와”나 “꼼짝 말고 손 들어” 등과 같은 말이다. 다문화가정의 이주여성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런 것은 바로 드러난다. “문 닫고 어떻게 들어가요?”, “꼼짝 않고 어떻게 손 들어요?”와 같은 질문이 금방 들어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논리를 벗어나 있는 문장이 많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안녕하세요?”나 “안녕히 가세요”와 같은 것도 비슷한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안녕하세요?”는 의문형이지만 “안녕히 가세요”는 문맥상 틀림없는 명령형이다. 임 교수의 말대로 “아버님 차표 받으세요”나 “어머님 조심하세요”도 결국은 명령형이 될 수밖에 없다. 일반화되어 버린 언어는 공손하고 불손하고를 떠나서 소통이라는 말이다. 규격화된 언어는 소통에 방해만 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예전에 프레스 센터에서 강연회를 마치고 우리말의 존대법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가 질타를 당한 적이 있다. 사실 요즘은 ‘하게체(예사낮춤)’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 공무원사회나 군대에서 조금 사용할 뿐이다. 그래서 하게체를 없애고, 편하게 쓸 수 있는 현대어로 존대법을 바꾸자고 했다가 유림 어른들의 심한 질책을 받았다.

세상은 변한다. 언어도 변한다. 언어는 사회성, 역사성이 있다. 우리말의 어려운 언어체계는 자칫 어려운 한국어가 되어 사회의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라는 단어는 ‘2인칭 극존칭’인데, 가끔 “이 놈이 나한테 당신이래” 하면서 싸우는 것도 보았고, 유학생이 필자에게 “당신은 이름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으니 듣는 입장에서 상당히 어색했던 적이 있다. 수업시간에는 다 그렇게 가르치는데, 왜 들을 때는 어색한 것인지?

한글은 쉽다. 그러나 한국어는 어렵다. 이는 이주여성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40분이면 읽을 수 있는 것이 한글인데, 막상 한국어를 배우면 밥, 진지, 식사, 수라(임금의 밥), 메(죽은이의 밥) 등과 같이 상황에 따른 어휘가 많고, 죽다, 골로 가다, 돌아가다, 뒈지다, 뻗다, 아주 가다 등 동의어도 많다.

우선 우리말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다.

<중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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