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여성 스포츠대통령'의 등장은 불발됐다. 하지만 '사라예보 신화'를 쓴 '탁구 여제'의 아름다운 도전은 한국 스포츠계에 작지 않은 울림을 남겼다.

이에리사(59) 의원은 22일 진행된 제38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김정행(70) 용인대 총장에게 3표 차로 쓴잔을 들었다.

이 의원은 1970년대 탁구 국가대표로 맹활약한 스타 선수였다.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전에서는 정현숙 등과 함께 구기종목 최초로 우승컵을 차지하며 한국 탁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은퇴 이후에는 이후 탁구 국가대표 코치와 감독, 용인대 교수, 태릉선수촌장,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위원장 등을 두루 거치며 지도자, 체육행정가로서의 변신에도 성공했다.

여성이 태릉선수촌장을 맡은 것은 처음이자 유일할 만큼 이 의원은 탁구인으로서뿐만 아니라 여성 체육인으로서도 늘 새 길을 열어갔다.

태릉선수촌장으로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는 한국 선수단 총감독을 맡아 태극전사들의 선전을 뒷바라지했다.

지난해 4월 제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돼 의정 활동으로 다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에 입성한 이후 1년도 채 안 돼 체육인들의 권익 증진을 위한 10건의 법안을 발의하는 등 국회의원으로서도 부지런히 뛰고 있다.

이 의원은 탁구 애호가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는 30년 가까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잘 알려졌다. 체육계를 대표해 대선 때 박 당선인의 선거 캠프에서 일하며 우리나라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이에리사 의원은 지난달 30일 "많이 부족하고 준비도 되지 않았지만 뜨거운 열정만으로 아름다운 도전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며 대한체육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사라예보 신화'를 쓴 이후 40년 만의 일이다.

지금까지 임명직인 체육회 부회장에 오른 여성 인사는 적지 않았다. 하지만 선출직인 회장에는 도전하는 것조차도 이 의원이 처음일 만큼 여성에게는 문턱이 높았다.

결국 이 의원의 패배로 사상 첫 여성 체육회장의 선출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하지만 이 의원의 도전은 여성체육인들이 더 큰 꿈을 꾸게 하는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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