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계 거장으로 꼽히는 남정(藍丁) 박노수 화백이 25일 오후 1시20분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고인은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예술원 원로회원이자 해방 후 한국화 1세대 작가로 꼽힌다.

1927년 충청남도 연기군에서 태어난 그는 그때까지 일반적이었던 도제식 교육에서 벗어나 서울대 미술대학에서 정규 교육을 받고 화단에 입문했다.

1955년 당시 최고 권위의 미술전람회인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선소운(仙簫韻)'이라는 작품으로 수묵채색화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상을 받으며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또 정규 미술교육을 받은 화가 중 첫 번째로 국전 추천작가가 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해방 이후 문인화가들이 채색을 배제하고 먹을 사용할 때에도 고인은 화단의 경향을 따르지 않고 먹과 채색을 적절히 합하고 개성적인 구도와 표현 방식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외롭게 홀로 가는 작가의 길은 험하고 고독하다는 의미의 '고예독왕(孤詣獨往)'이라는 말을 새겨온 고인은 기존의 것을 추구하지 않고 개성적인 표현의 길을 개척하고자 매진했다.

지난 2003년 뇌수종으로 쓰러져 병석에 누워있는 상황에서도 2010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리는 등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조명이 활발히 이뤄지며 한국 화단의 거장으로 자리 잡았다.

고인은 서울대 미대 교수, 서울미술대전 추진위원장, 대한민국예술원 미술분과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후학 양성뿐 아니라 우리 미술계 발전에도 이바지했다.

배우 이민정씨가 박 화백의 외손녀로 알려졌다.

빈소는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이다. 발인은 27일 오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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