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추기경 회의 시작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교황을 선출하는 추기경단 비밀회의) 일정을 정하게 될 준비 회의가 바티칸시티에서 4(이하 현지시간) 개시된다.

전 세계 추기경들은 이날 오전부터 매일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단 수석 추기경의 주재로 콘클라베 준비를 위한 추기경단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추기경단 회의의 가장 시급한 의제는 최근 자진 사임한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후임자를 선출할 콘클라베의 개시 시점을 결정하는 것이다.

소다노 수석 추기경은 콘클라베 선거인에 해당하는 추기경 전원이 모이기 전까지는 개시 시점을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주 중반까지는 콘클라베 개시일이 확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콘클라베에 참가할 수 있는 선거인은 만 80세 미만인 추기경들로 교황청 집계에 의하면 전 세계에서 총 117명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근 불참을 결정한 영국의 키스 오브라이언(74) 추기경과 인도네시아의 율리우스 다르마트마드자(78) 추기경 등을 제외하면 선거인은 115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이탈리아 언론은 콘클라베가 이달 11일 개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서 추기경들은 가톨릭 교회가 직면한 핵심 문제들과 새 교황에게 요구되는 자질 등을 논의함으로써 차기 교황에 적합한 인물을 선택할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무엇보다 베네딕토 16세의 비밀문서 유출 파문(일명 바티리크스’. 위키리크스를 빗댄 용어)을 조사한 추기경 3명의 브리핑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열띤 관심을 끈다. 이 사건은 교황청 내 부패와 권력투쟁을 조명하는 계기가 된 바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사임 전 보고서를 작성한 추기경 3명을 만난 자리에서 보고서를 기밀로 하기로 결정했으나, 다른 추기경들로부터 내용에 대해 질문을 받을 경우 답변하는 것은 허락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이들의 조사 보고서를 통해 교황청 내의 온갖 추문이 드러났다고 전했으나, 교황청은 이들 추문과 교황의 사임을 직결하는 보도에 대해 허위라고 일축했다.

미국 시카고 대교구장인 프랜시스 조지 추기경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분명 교회의 통치에 대해 논의할 것이며, 이런 맥락에서 보고서를 작성한 이들을 향해 질문이 있을 것라고 설명했다.

가톨릭 교회를 괴롭히는 사제들의 성추문도 이번 회의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영국 가톨릭 교회 최고 성직자였던 키스 오브라이언 추기경은 3일 성명을 내 자신에게 제기된 성추문 의혹을 시인하고 사죄했다.

그는 나의 성적 행동이 때때로 사제이자 대주교, 추기경으로서 기대됐던 규준 아래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나로부터 피해를 당한 이들에게 사죄하고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오브라이언 추기경은 사제들을 상대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으나 이를 부인했었다.

콘클라베 참석 자격이 있는 유일한 영국 추기경이었던 그는 의혹 제기 이후 콘클라베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최근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와 에든버러 대교구장직에서 사임한 바 있다.

세계 각지의 가톨릭 신자들은 3일 처음으로 가톨릭 교회가 사도좌 공석’(sede vacante) 사태가 된 가운데 일요 미사를 치렀다. 신자들이 바라는 차기 교황의 조건은 중남미 출신부터 보수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으나, 가톨릭 교회가 제자리를 다시 찾아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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