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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이 뚝뚝 떨어지던 날, 남도엔 ‘붉은 봄’이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동백꽃이 뚝뚝 떨어지던 날, 남도엔 ‘붉은 봄’이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 이도근
  • 승인 2013.03.14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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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내린 뒤 깜짝 ‘꽃샘추위’가 봄소식을 전하는 듯하다. 눈부신 봄의 향연은 아직 이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곳에서부터 봄은 시작되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봄이 우리 곁에 다가올 것을 알지만, 한 발 먼저 계절의 첫발을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남쪽으로 눈을 돌려보자.

봄철의 남도여행은 전에 모르던 ‘화려한 봄’이 이미 상륙해 있음을 알 수 있는 여행이다. 이른 봄 전남 강진으로 ‘봄 마중 여행’을 떠나보자. 동양일보는 16일 전남 강진 다산초당과 백련사로 3월 길 여행을 떠난다.

 

●‘봄을 봄답게’ 만드는 ‘동백림’

해마다 봄이면 성숙한 여인의 순정처럼 붉은 동백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전남 강진은 ‘봄의 고장’이다. 붉은 동백꽃에 어우러진 푸른 차밭이 유난히 아름다운 만덕산(409m) 자락은 이른 봄이 벌써 왔음을 알려준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 강물이 흐르네…” “모란이 피기까지는 /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시인 김영랑이 ‘동백잎이 빛나는 마음’과 ‘모란이 피기까지도’라는 시에서 강진의 봄을 노래한 것도 아름다운 강진의 봄 풍경이 한 몫했을 터다.

강진의 유명한 봄나들이 코스의 하나는 백련사 부도밭 주변의 동백림(천연기념물 151호)이다. 고려 말 천태종 부흥의 본산이었던 백련사(白蓮寺) 주변의 수 백년 묵은 동백림은 남도의 봄을 봄답게 해주는 곳. 1500여 그루에서 피어나는 동백꽃들은 강진만 바다, 그리고 단아한 절집과 조화를 이루며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이 절을 가리켜 “남쪽 바다에 임해 있고 골짜기 가득히 송백이 울창하며 동백 또한 곁들여져 창취가 사계절을 통해 한결 같은 절경”이라고 했다. 이는 21세기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표현이다.

동배김 중에서 부도숲 주변의 정취가 단연 일품이다. 동백이 만개하는 3월 중순에서 4월 초순 사이에 이 숲은 붉은 기운으로 넘실거린다.

백련사는 조선 후기 만덕사로 불리다 근래 다시 이름을 되찾았다. 천태사상에 입각해 불교 중흥을 꾀하는데 중심역할을 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고려 고종 19년 백련결사운동은 송광사의 정혜결사운동과 함께 고려 후기 불교의 양대 산맥을 이뤘다.

 

●차를 사랑한 실학자를 그려 본다

백련사 동백꽃 감상과 다산초당에서 약천 한 모금 마시는 일은 한 코스로 엮인다. 백련사와 다산초당을 오가는 오솔길은 다산이 백련사의 혜장선사와 만나기 위해 다니던 오솔길이다. 동백나무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도암만 풍경은 고즈넉하고, 대나무와 차나무와 동백나무 어우러져 있어 사색하며 걷기에 더 없이 좋다.

조선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강진에서 18년의 귀양살이 가운데 10년쯤을 이 다산초당에서 지냈다. 조선시대와 귀양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인 다산은 야심찬 개혁가였지만, 막강한 후견이이던 정조가 갑자기 죽으면서 득의시절을 마감한다. 급기야 천주교인을 탄압한 신유박해(1801년)에 휘말려 유배형을 받았다. 18년이란 긴 유배생활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그의 개혁은 피어 보지도 못한 꽃이 되었다. 하지만 고난의 시절 동안 그는 실학사상을 집대성하고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를 비롯한 600여 권의 저서를 집필해 자신의 뜻을 후세를 위한 ‘씨앗’으로 남겼다.

다산초당은 정약용이 1808년 봄부터 1818년 가을까지 지낸 거처다. 그는 호를 다산으로 할 정도로 차를 아주 좋아했다. 죽을 때까지 손을 뻗으면 닿는 곳에 찻잔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유배생활 동안 책을 쓰면서 차를 얼마나 많이 마셨을지는 충분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지금도 다산이 찻물을 끓일 때 이용했다는, 초당 앞의 넓적한 바위가 오롯이 남아 그의 차 사랑을 떠올려 보게 한다.

초당에는 정약용의 초상이 세워져 있다. 안경을 쓴, 온화한 선비의 모습. 근처를 돌아본 후 툇마루에 걸터앉아 조용한 봄을 만끽해보자. 약간 쌀쌀한 날씨지만 따뜻한 햇살이 다가온다. 오로지 이른 봄에만 느낄 수 있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감상이다.

 

●다산의 흔적 따라…다산 오솔길

그윽한 다향이 산허리를 감도는 오솔길은 중년의 다산을 만나는 길이다.

‘찻잎에 맺힌 아침이슬이 유배객의 남루한 도포 자락을 적신다. 고향 떠난 지 십 수 년…. 산안개 자욱한 오솔길 저편에서 그리운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오솔길을 걷던 다산의 상념이 대충 이러하지 않았을까.

‘다산 오솔길’은 다향과 문향이 물씬 묻어나는 호젓한 산길이다. 천천히 걸어도 20~30분 정도 걸린다.

길이 800m의 오솔길은 다산이 목민심서와 흠흠심서 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방대한 책을 저술한 동암에서 시작된다. 다산학의 산실인 동암은 다산초당과 함께 쓸쓸한 초막이었으나 유배객의 거처로는 어울리지 않게 번듯한 기와집으로 지어져 200년 전의 옛 모습은 상상으로 그리게 된다.

울창한 송림에 묻힌 다산초당과 동암에 비해 바로 옆의 천일각은 강진의 푸른 들과 청자 빛 하늘, 그리고 구강포의 드넓은 갯벌을 품고 있다. 1975년 건립된 천일각은 다산이 고향의 가족과 흑산도에 유배중인 둘째 형 정약전을 그리며 눈물짓던 둔덕에 세운 누각이다.

천관산의 장엄한 일출로 유명한 이곳에선 죽도귀범(竹島歸帆:해질녘 죽도에서 돛단배가 돌아오는 풍경)과 구강어화(九江漁火:구강포에서 불을 밝힌 어선의 야경) 등 강진의 ‘금릉8경’ 중 2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산안개 흐르는 다산 오솔길은 사람을 유혹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빗물 머금은 황톳길의 촉감도 부드럽지만 닳아 반들반들해진 소나무 뿌리를 계단 삼아 오르며 사색에 빠져드는 것도 다산 오솔길이 가진 수많은 덕목 중의 하나이다.

홀로 걷기에도 비좁던 오솔길은 유홍준 교수가 ‘남도답사 일번지’로 꼽으면서 어깨를 나란히 한 연인이 산책할 수 있을 정도로 넓어져 정취는 옛날만 못하다. 하지만 다산의 은은한 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도근>

● 여행정보

 

●여행 팁=봄의 강진은 볼 만한 곳이 많다. 다산의 숨결이 어린 강진읍내 사의재와 목리 이학래의 집, 우이산 우두봉 고성사에 위치한 보은산방(寶恩山房)도 가볼만 하다. 다산은 주막집이던 사의재에서 경세유표 등을 저술했고, 전라병영성이 있던 병영면은 네덜란드인 헨드리크 하멜(Hendrik Hamel)과 그 일행이 남긴 역사적 흔적이 오롯이 남은 곳이다. 효종 4년이던 1653년 8월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중 폭풍을 만나 제주도에 표류한 하멜은 4년 후인 1657년부터 1963년까지 강진 병영에 배치돼 살았다. 그들이 축조한 네덜란드식 빗살무늬 돌담이 일부분 그대로 남아있고, 사료와 네덜란드의 전통의상 등이 보존된 하멜기념관이 있다. 다산초당, 백련사 등은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다. 연중무휴 운영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된다.

 

●가는 길=<수도권 방면> 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2번 국도→18번 국도(해남 방향)→1.5㎞→학명리(좌회전)→4㎞→백련사 입구→1㎞→다산초당 입구. 백련사는 다산초당 가는 길에 나온다. 다산초당에 차를 세우고 백련사를 걸어갔다가 오면 된다. 다산초당에서 백련사는 왕복 2㎞ 정도 된다.

 

●문의(지역번호 061)=다산유물전시관(전남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380·☏430-3786), 다산초당(강진군 도암면 만덕리·☏430-3782), 백련사(강진군 도암면 만덕리 246·☏432-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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