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강세로 작년부터 시작된 할리우드 영화의 고전이 최근 들어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3~4개월 간격으로 1000만 관객을 넘는 한국영화가 잇달아 나오고 300~400만 규모의 중박영화들이 뒤를 받치면서 할리우드 영화의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는 것이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올들어 개봉한 미국 영화(직배·수입 합계)의 시장점유율은 3월 현재까지 18.9%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점유율이 33.3%, 201144.5%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과거에 한국영화를 크게 위협하던 할리우드 직배사들의 성적도 참담하다. 올해 배급사별 점유율에서 국내 회사인 CJ, (NEW)에 크게 밀리면서 지난 2월에는 이십세기폭스코리아와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UPI)코리아, 소니픽쳐스코리아, 워너브러더스코리아가 각각 7.7%, 0.9%, 0.5%, 0.5%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 1월에는 UPI코리아가 레미제라블의 흥행에 힘입어 12.8%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회사들은 한 자릿수 점유율에 머물렀다.

관객들은 아무리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도 눈길을 주지 않고 있다. 한국영화 ‘7번방의 선물신세계등의 기세에 밀려 외화들은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지고 있다.

이런 보릿고개의 끝이 언제가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도 업계의 시름을 더 깊게 하고 있다. 한국 관객들의 외화 기피 현상은 한국영화 강세에 원인이 있을 뿐 아니라 관객층 다변화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관객층이 40~50대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외화의 자막 읽기를 불편해 하는 관객들이 훨씬 많아졌다는 분석도 있다. 또 관객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시각효과와 컴퓨터그래픽에 의존한 눈요깃거리보다는 이야기와 드라마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커진 것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실패 요인으로 꼽힌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40~50대 관객의 취향에 잘 맞지 않는 할리우드 영화들은 당분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국내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나름의 활로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