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영 수 청주상의회장

숙명(宿命).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있는 듯하다.

자신의 의지나 소망과는 상관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노영수(67·사진·청주시 흥덕구 봉명2동 371-18·☏043-273-0937) (주)동화 대표이사가 새로운 청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선출된 것도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다.

노 대표는 부산 출신으로, 동아대를 졸업한 뒤 1970년 (주)농심 공채 1기로 입사해 18년동안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왔다.

1980년대 후반, 그동안 직장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인 부산에서 육가공업체를 설립해 경영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청주라는 지역과 특별한 인연을 맺을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몇 년이 지난 1990년 대기업인 (주)롯데햄에 납품을 하게 될 기회가 생기면서 청주에 (주)동화라는 회사를 세웠다.

롯데햄이 청주산업단지 내에 있던 터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위해 아예 청주산단 내에 회사를 세워 청주로 옮겨와 정착했다.

이것이 노 대표가 청주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다. 그가 청주상의 신임 회장을 맡게 된 숙명의 시작이었다.

(주)동화는 130여명의 근로자를 보유하고 연간 500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롯데햄, 롯데백화점, 호텔신라, 애버랜드, 농협목우촌, 축협 등의 협력업체로 성장해왔다.

노 대표가 최고의 위생·최고의 품질·최고의 정성이라는 ‘3도(道)’를 경영 철학으로 삼아, 정직한 경영에 최선을 다해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경영 원칙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이 지켜왔다. 이 때문에 거래업체로부터 신뢰를 쌓았고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했다.

최근엔 괴산 청안에 식품과학연구소와 생산공장을 확충, ‘자연도시’라는 독자브랜드로 제품 판매에 나섰다.

냉동식품에 유산균을 넣어 고열에도 파괴되지 않도록 하는 특허를 세계 최초로 출원하는 등 제품 선진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조금 저렴한 원자재를 사용하면 이윤을 많이 남길 수 있겠죠.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신뢰를 얻으려면 이윤에 대한 유혹과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원가가 조금 더 들어간다 해도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 생각합니다.”

노 대표는 사람 관계에 있어서도 신의와 정직을 최우선으로 한다. 서로 믿음으로 교감하고 진실로 대할 때,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10여년 전 청주상의 회원사로 가입한 뒤 2003년 18대 상임의원을 맡아 청주상의 활성화에도 적극 참여해 왔다. 20대와 21대에는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청주상의의 성장과 발전에 힘을 보태면서 어느덧 청주상의의 중심에 섰다.

청주상의가 지난해말부터 내분이 촉발되면서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상황에서, 노 대표가 청주상의 정상화와 개혁의 막중한 책임을 지게된 것도 노 대표가 적임자라는 상의 회원사들의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청주상의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추대된 이후 노 대표는 15일 열린 임시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다.

노 신임 청주상의 회장은 “무엇보다 청주상의가 회원사들의 권익과 화합을 위해 존재한다는 본질적 존립가치를 새롭게 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를 통해 회원사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노 회장은 이어 “실추된 청주상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전제한 뒤 “회원사들 뿐만 아니라 충북지역 기업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충북경제계의 맏형으로서 다양한 지역사회 주체들과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창립 94주년을 맞는 청주상의가 임원진 총사퇴라는 최대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거듭나려는 첫 걸음에 앞장선 노 회장.

그의 신념처럼 청주상의가 지역경제계의 화합과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믿음으로 교감하고 진실로 다가서길 기대한다.

▶글/김동진·사진/임동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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