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의 땅에 스며든 파랑새의 미소

 

 

사진-1 아디스아바바 빈민 지역인 굴레레 구역에 충북도민의 성금으로 건립된 직업기술학교 교실에서의 환영회. 이 학교엔 지난해부터 5층 본관 건물이 건립중에 있어 2014년 2월께 준공될 예정이다. 직업기술학교장이 충북방문단에게 건축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2 아디스아바바에서 자매결연을 맺은 인달레 에뮤에(10세)양과 필자.

 

●미래의 등불을 보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일하게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이들에게 동양일보·CJB·월드비전은 빚을 갚아야 한다는 취지로 지난 1996년 현장을 답사한 뒤 매년 ‘코리아마을 돕기’모금운동을 펼쳐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을 건립해 왔다. 우리 방문단은 이렇게 충북도민의 성금으로 건립된 학교들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짓고 있는 아디스아바바의 빈민촌 굴레레 지역에 건립되고 있는 쉬로메다 직업기술학교의 건축 현장도 보았다.

우리가 방문한다는 소식에 학교장을 비롯한 교원은 물론, 해당 관할 공무원, 학생과 학부모들, 모두가 우리를 극진히 환대해 주었다. 이미 3년 전에 충북도민들이 지어준 깨끗한 교실 6칸 중 하나인 교실에 마련된 환영식장은 낯설지만 정성을 다한 모습으로 꾸며졌다. 우리 방문단들이 들어서자 인사와 학교 현황 및 교육활동 등에 대한 소개, 앞으로의 학교 발전 방안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내용이 소개됐다. 그곳에 참석한 학교장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은 매우 만족한 표정이었다. 비록 행사장의 태극기는 거꾸로 매달려 있었기에 바로 잡아주기는 했지만…

학교의 실습실들을 돌아보았다. 외형부터 우리의 학교와는 사뭇 달랐다. 언뜻 보아도 허름하고 벽에 페인트도 벗겨진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교실 내부 역시 초라하고 어둠침침하기 짝이 없었다. 형편상 학교 리모델링이나 교실 안의 전기 시설 등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나 보다.

그러나 그곳에서 공부하고 기술을 익히는 학생들만큼은 음침하리만큼 어둑어둑함 속에서도 광채가 났다. 재봉 기술을 배우는 학생들의 눈빛은 맑디맑았으며 손놀림은 잽싸기만 했다.

현 쉬로메다 기술학교 서편에서는 건물이 한창 지어지고 있었다. 이 또한 우리의 성금으로 5층짜리 교사(校舍)를 새로 짓는 중이라는데 벌써 완공되었어야 할 건물이 이제 겨우 3층까지도 벽돌을 올리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소위 중장비는 한 대도 보이지 않았고 전근대식 방법으로 건물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뭇가지를 엮어 발판을 만들고, 들것과 질통을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으니, 공기(工期)는 우리 식으로 계산했을 뿐 에티오피아 계산 방법과는 달랐던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배우고 익히는 아이들의 눈빛과 몸짓, 그리고 육감으로 느낄 수 있는 진지하고도 적극적인 자세에서 에티오피아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이 학교를 장차 충북 도민 성금을 집중 지원하여 기술직업교육센터로 확대할 계획이라니 충북 도민의 위대한 힘을 체득하는 순간이었다.

 

●인달레 에뮤에와의 만남

아디스아바바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장면들이 연출된다. 함석으로 개집처럼 만들어진 곳에서 서너 명이 함께 기거하는가 하면, 자동차 사고의 위험을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를 헤매는 걸인들, 길가에 쭈그리고 앉아 꼼짝 않고 있는 사람들, 얼굴에는 땟국물이 얼룩지고, 흘러내리던 코는 턱밑을 지나 목덜미에 말라붙은 젖먹이를 안고 ‘원 달러’를 외치는 아낙네… 에티오피아의 현실이 우리나라의 60년대를 방불케 한다던 안내자의 설명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50년대에 태어난 필자는 어려서 그런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굴렐레 지역은 아디스아바바에서도 대표적인 도시 빈민 지역(슬럼)으로 인구밀도는 매우 높고, 주민들은 일용 노동, 행상 등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에이즈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어, 약 2만5000명 이상이 HIV 보균자로 나타났고 그로 인해 약 1만5000명의 에이즈 고아가 생겨났단다.

식수시설도 매우 부족하여 27%만이 안전한 물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며, 하수시설 및 기본적인 보건위생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 많은 예방 가능한 질환이 발병하지만, 보건 시설이 매우 부족하고 주민 대부분이 빈곤하여 전체 인구의 50% 정도만이 의료시설에 접근할 수 있단다.

바로 그곳에서 2004년생, 초등학교 1학년인 ‘인달레 에뮤에(INDALE EMUYE·사진)’를 만났다. 한국에서 결연을 맺고 간 여자 어린이였다. 한국에서 손님이 온다 해서 그런지 예쁘게 치장을 하고 엄마와 함께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로는 벌써 3학년은 되었을 것인데 이제 1학년이며, 체구는 우리나라 1학년보다도 작았지만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귀여운 아이였다. 미리 준비해 간 학용품이며, 먹을거리, 티셔츠를 선물하고 함께 사진도 찍으면서 그 아이와 아이의 어머니와 보람찬 시간을 가졌다. 좀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자신만 탓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남 기 천 <진천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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