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만 보면 1970년대 축구로 회귀한 느낌이었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

"최강희 감독이 어떤 색깔의 축구를 하려는지 알 수가 없다." (신문선 명지대 교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해 전진하는 축구 대표팀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26일 치른 카타르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에서 2-1로 이겼지만 전력 차를 고려하면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경기 내내 정밀하지 못한 공격 작업과 허술한 수비는 팬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일찌감치 카타르의 밀집 수비와 '선(先)수비 후(後)공격' 전술의 패턴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에 대한 대표팀의 대응은 큰 아쉬움만 남겼다.

축구 전문가들 역시 현재 대표팀의 상황을 '발전이 아닌 과거로의 회귀'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술 부재 '알고도 당했다' = 이용수 KBS 해설위원은 카타르전에 대해 "현대 축구의 방향과는 거꾸로 가는 듯했다"며 "후반전은 특히 1970년대식 축구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고 걱정했다.

한국 축구가 그동안 수비 위주의 팀을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펼쳐온 상황에서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 위원은 "카타르는 수비할 때에 포백에서 파이브백으로 전환하며 두텁게 수비벽을 쌓았다"며 "대표팀은 수비벽을 깰 공격진의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술 준비에서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대표팀은 196㎝의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울산)을 활용해 상대 수비수를 끌고 다니거나 직접 헤딩으로 골을 해결한다는 작전이었지만 여의치 않았다. 무엇보다 김신욱에게 전달되는 크로스의 정확성과 스피드가 너무 떨어지다 보니 상대 수비수에게 뻔히 읽혀 공중볼 다툼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이 위원은 "중앙에 포진한 장신 공격수만 보고 예측이 가능한 크로스를 올리는 것은 1970년대식 축구"라며 "상대 수비가 예측하지 못하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다 보니 공격이 살아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신문선 교수 역시 이 위원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 교수는 "전술적으로 준비가 덜 돼 있었다"며 "최종예선을 치르는 상황에서 최강희 감독이 가진 전술의 색깔이 과연 어떤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공수 전환의 속도도 느려진데다 안정감마저 떨어졌다"며 "중원에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볼을 잡았을 때 나머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적다. 선수들의 능력치만 따지고 봤을 때 득점이 너무 적다"고 강조했다.

●세트플레이 실종 '득점 루트가 적다' = 대표팀은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5차전에서 무려 10개의 코너킥을 시도했지만 골로 연결된 게 하나도 없다.

10개의 코너킥 모두 양팀 선수들이 밀집한 페널티박스로 보내지는 단순한 패턴으로 진행됐고, 번번이 상대 수비의 머리에 차단됐다. 프리킥 상황도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신 교수는 "전술적으로 선수들이 숙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인지 준비 과정을 제대로 살필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김신욱의 머리만 보고 차올리는 코너킥만 가지고는 상대를 압도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 역시 "코너킥이 10개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처리했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며 "특징 없는 세트피스로는 승산이 없다"고 거들었다.

무딘 세트피스에 좌우 측면 풀백의 상투적인 높고 스피드 떨어지는 크로스로는 이제 3경기 남은 최종예선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는 게 신 교수와 이 위원의 공통된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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