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함·배짱투도 후한 점수…초반 부담도 적지 않을 듯
'괴물' 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팀의 2선발을 꿰차고 명성에 걸맞게 괴물 같은 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미국프로야구 데뷔전을 치르는 배경에는 경쟁자의 예상치 못한 부상이라는 변수가 있다.
다저스가 1억4700만 달러(약 1630억원)라는 거금을 들여 영입한 우완 잭 그레인키가 시범경기에서 팔꿈치 통증으로 고전하고 또 다른 베테랑 오른팔 채드 빌링슬리마저 타격 연습 중 오른손 검지를 다치자 시즌 초반 2선발 몫은 자연스럽게 류현진에게 돌아갔다.
부상에 따른 재활로 페이스를 늦게 끌어올리면서 그레인키는 4선발로 시즌을 맞고 빌링슬리는 4월 14일 이후 선발 로테이션에 가세한다.
경쟁자의 연쇄 부상이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나 류현진이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꾸준함과 배짱이 없었다면 2선발의 중책을 맡지 못했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2월 12일부터 시작한 스프링캠프에서 투수 8명을 대상으로 선발 경쟁을 유도했다.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고 시범경기에서 좋은 컨디션을 보인 선수만 골라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겠다며 공정 경쟁을 약속했다.
그 결과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류현진, 조시 베켓이 다치지 않고 꾸준히 일정을 소화하며 선발 자리를 예약했다.
그러나 그레인키, 빌링슬리가 부상으로 제 공을 던지지 못하자 매팅리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애초 2선발로 낙점받은 그레인키는 3월 11일 연습 투구 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해 정밀 검진을 받았다.
단순 염증 소견을 들었으나 이후 정상 훈련을 치르지 못했고 26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에서 24일 만에 실전 등판했다.
투구 수가 모자라 선발 투수의 마지노선인 100개까지 끌어올리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결국 매팅리 감독은 그레인키의 선발 순서를 4번째로 돌렸다.
순항하던 빌링슬리의 갑작스러운 부상도 매팅리 감독을 당혹스럽게 했다.
지난해 10승을 거두는 등 빅리그 통산 80승을 수확한 빌링슬리는 그레인키를 대신해 정규리그에서 2선발로 나설 만한 재목으로 꼽혔다.
기대를 한몸에 받았으나 그는 13일 번트 타격 연습 중 오른손 검지를 다쳐 투구를 쉬었다.
8일 텍사스와의 경기를 끝으로 시범경기에 등판하지 못한 빌링슬리는 24일 마이너리그팀을 상대로 마운드에 올라 기지개를 켰다.
당시 4⅔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고 2점을 줘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으나 커브를 1개도 던지지 않아 우려를 자아냈다.
그는 26일 불펜 투구에서 커브를 7개 정도 던지고 구위를 점검했으나 매팅리 감독의 최종 눈도장을 받는 데 실패했다.
매팅리 감독은 29일 류현진과 빌링슬리를 나란히 실전에 투입해 기량을 지켜본 뒤 2선발 후보를 결정할 참이었다.
하지만 빌링슬리를 이날 마운드에 올리면 정규리그 시작 때 부상자 명단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전갈을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받고 급히 마음을 바꿨다.
일정상 4월 13일까지 선발 투수 4명 만으로도 시즌을 운용할 수 있고 빌링슬리를 선발 로테이션에서 뺄 수 없는 처지이기에 차라리 그가 재활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선발 순서를 후순위로 미뤘다.
우여곡절 끝에 매팅리 감독의 선택은 류현진으로 기울었다.
2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까지 시범경기에서 5차례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2승 2패,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초반 커브가 말을 듣지 않고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파워에 놀라 고전하기도 했으나 그는 꾸준히 투구 이닝을 늘려가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매팅리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
특히 화이트삭스전에서 7이닝 동안 공 98개를 던져 1안타만 맞고 2점만 주는 호투를 펼쳐 2선발로서 합격점을 받았다.
매팅리 감독은 두둑한 배짱을 앞세운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과 빅리그 새내기답지 않은 타자 상대 요령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커쇼와 더불어 다저스의 '왼팔 원투 펀치'로 시즌을 시작하는 류현진은 4월 3일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8일 피츠버그, 13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일전에 출격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메이저리그 타자를 접하며 경험을 쌓을 좋을 찬스를 잡았으나 선발 로테이션의 앞순위에 포진한 상대팀 에이스와 어깨 대결을 벌여 승리를 따내야 한다는 점에서 류현진이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낄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