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길 단양군선거관리위 사무과장

새 학기가 시작되고 3주일여가 지나면서 각급 학교에서는 학생회 임원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과거 기성세대들은 학급 반장을 선출할 때 담임선생님이 지명하거나 대부분 거수로 찬반 표시를 하게 함으로써 눈치를 보면서 투표를 한 아픈 추억들이 많을 것이다.

요즘 학생회 임원선거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기표대·투표함 등 선거장비를 대여하여 투표를 실시하는가 하면 일부 학교에서는 터치스크린 투표시스템을 지원요청하여 절차면에서는 공직선거에 버금가는 그야말로 모범적인 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각 학교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하는 규정을 준수하여 과거와 같은 떡볶이나 피자선거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대신 어른선거에서도 보기 힘든 오색찬란한 벽보가 교내 곳곳에 부착되기도 한다. 임원선거에 출마하는 학생들은 운동원들을 선임하여 함께 피켓을 들고 각 반을 순회하면서 공약을 발표하고 지지를 호소하는 장면이 수시로 목격되기도 한다.

학생선거를 관리하는 절차 면에서는 이제 어느 정도 정착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며, 학생들도 신나는 표정으로 선거에 참여한다.

그런데, 투표에 임하는 학생 유권자들의 행태를 보면 무엇인가 개선되어야 할 점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막내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는데 다소 의기소침해 있는 표정이 보여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더니, 아들이 2학년 들어 학급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싶어 반장선거에 출마했는데 2표차로 반장이 되지 못하고 부반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부반장도 잘되었다고 칭찬을 해주자 그게 아니고 자신과 여학생 한명 이렇게 두 명이 출마를 했는데 남학생들은 모두 본인을 찍고 여학생들은 모두 반장이 된 여학생 출마자에게 몰표를 준 결과 여학생 숫자가 두 명이 더 많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선관위에 근무하는 사람으로서 더 이상 할 말을 잃었고 책임감과 함께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문제는 직접 학교선거를 지원하면서 듣거나 목격한 바에 의하면 언급한 것과 같은 투표행태가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대세에 따르지 않으면 자칫 왕따가 될 수 있어 자신의 판단보다는 목소리가 큰 학생들의 의중이 더 크게 반영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선거하는 방법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는데 투표에 임하는 학생들의 의식은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은 미래의 꿈나무라고 한다.

더더욱 학생회 임원선거에 출마한 학생의 대표들은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나갈 미래지도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어 민주주의 교육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어 선거나 민주시민의식을 정착시키는데 많은 세월에 걸쳐 아픔과 시행착오를 거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10위권을 바라보고 있는 경제대국이다. 더 이상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들 대다수의 생각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래의 유권자인 학생들이 올바른 선거의식과 민주시민의식이 터 잡을 수 있도록 선거가 현장교육의 장이 되어야 하고, 아울러, 각급 학교와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속적인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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