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데뷔를 앞둔 괴물 왼손 투수 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정규리그 등판을 앞둔 최종 리허설에서 무결점 투구를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류현진은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4이닝 동안 삼진 4개를 빼앗고 실점 없이 임무를 완수했다.

지난 시즌 평균 성적 30홈런·100타점에 육박하는 강타자가 즐비한 에인절스 타선을 상대로 단 한 명도 1루에 내보내지 않은 완벽한 내용이었다.

4월 3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디펜딩챔피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대결에 선발 등판을 앞두고 류현진은 이날 "점수를 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출격했다.

다짐처럼 그는 혼신의 역투를 펼치며 에인절스 타선을 꽁꽁 묶었다.

"정규리그에 던질 정도로 페이스가 오르는 시범경기 막판 진가를 보이겠다"던 스프링캠프 초반 약속처럼 류현진은 최근 두 경기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돈 매팅리 감독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를 흡족하게 했다.

그는 공 98개를 던진 24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시범경기에서 7이닝 동안 안타를 단 1개만 내주고 2실점, 2승째를 올렸다.

당시 1회에만 공 23개를 던질 정도로 고전했으나 이후 투구수를 확 줄이고 긴 이닝을 던질 줄 아는 능력을 뽐냈다.

이어 이날 마침내 시범경기 여섯 번째 선발 등판 만에 첫 무실점 성적을 남기고 제 궤도에 올라섰음을 입증했다.

류현진은 그간 들쭉날쭉했던 직구 제구를 이날 확실하게 잡았다.

최고시속 148㎞를 찍은 그의 직구는 이날 스트라이크존 내외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커브와 체인지업의 제구력은 정교한 수준에 올라섰다.

특히 메이저리그 최고 거포인 앨버트 푸홀스를 상대로 변화구 제구력을 가늠하는 '강심장'을 과시한 류현진은 그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이날의 백미를 선사했다.

1회 첫 대결에서 초구 바깥쪽 낮은 직구를 스트라이크로 꽂은 류현진은 2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푸홀스의 스윙을 끌어냈다.

제대로 방망이를 대지 못한 푸홀스는 힘없는 투수 땅볼로 물러났다.

4회 류현진은 낙차 큰 느린 커브를 연속 던져 푸홀스를 당혹스럽게 했다.

시속 117㎞짜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류현진은 2구도 같은 코스로 커브를 집어넣었다.

푸홀스의 방망이는 크게 돌았으나 헛쳤다.

체인지업이 빗나가 1볼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류현진은 바깥쪽 높은 직구(148㎞)를 던져 푸홀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류현진은 주전 포수 A.J 엘리스와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신뢰감을 키웠다.

다저스의 안방마님으로 볼 배합에 능한 엘리스는 직구, 체인지업, 커브를 적절하게 섞는 리드로 류현진의 첫 퍼펙트 투구를 도왔다.

메이저리그에서 첫 손으로 꼽히는 에인절스의 핵 타선을 조용히 잠재우고 자신감을 얻은 류현진이 월드시리즈 챔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정규리그 첫 등판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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