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데뷔전에서 혼쭐이 났다.

팬들의 야유에 기자실에서 기자들에게 질책성 질문 공세까지 받았다.

2일(현지시간) 등판에서 6⅓ 이닝을 3실점(1자책점)으로 막아 선발투수로서 비교적 훌륭하게 임무를 다했지만 타석에서 사달이 났다.

첫 타석에서 투수 땅볼로 물러난 류현진은 6회 두번째 타석 때 3루수 앞으로 빗맞은 땅볼 타구를 쳤다.

강하게 회전을 먹은 볼이 느리게 굴러오자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3루수 파블로 산도발은 있는 힘을 다해 달려와 겨우 볼을 잡았다.

발 빠른 타자라면 내야 안타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산도발이 공을 잡았을 때 류현진은 1루까지 절반도 채 가지 못했다.

고개를 숙인 채 성의없이 거의 걷다시피 뛰다 산도발이 1루수에 공을 던지자 그대로 돌아서서 덕아웃으로 향했다.

순간 관중석에서는 '우~'하는 야유가 터져 나왔다.

땅볼 타구를 치고 전력 질주하지 않는 모습에 관중들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무성의한 주루에 대한 질책은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왜 전력질주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관중들이 야유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냐"고 아프게 물어본 기자도 있었다.

심지어는 "한국 야구와 미국 야구의 문화 차이냐"며 은근히 '한국 야구에서는 그렇게 하냐'는 비아냥거림도 있었다.

다행히 류현진의 대응이 좋았다.

바짝 자세를 낮춘 류현진은 "잘못했다"고 사과로 일관했다.

"굉장히 큰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류현진은 "빗맞은 타구라서 (아웃될 것이라 짐작했고) 천천히 뛰었다. 나름대로 체력도 아끼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몸을 낮췄다.

관중들의 야유에 "창피했고 반성할 일이라고 느꼈다"고 사과를 거듭했다.

"한국에서는 투수가 타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문화 차이도 아니고 무조건 내 잘못"이라고도 했다.

류현진이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이어지는 질문마다 '잘못했다'고 되풀이하자 회견에 참석했던 기자들도 더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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