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농업기술원 마늘연구소장 남 상 영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인 마늘은 이집트 피라미드와 성경에도 기록돼 있을 정도로 인류 역사와 관계가 깊다. 우리나라는 단군 이래로 섭취해 왔던 중요한 양념 채소중 하나로 파·달래·부추·생강 등과 함께 훈채(?菜)로 불리기도 한다.
경제적으로는 마늘 가격의 높고 낮음에 따라 김장철 물가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2000년대 초반에는 중국과의 통상 마찰로 정치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최근 삶의 질을 중요시 하는 ‘웰빙(Wellbeing)’, ‘느긋하게 살자(Slow Life)’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늘은 양념채소에서 건강식품으로 더더욱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실제로 2002년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몸에 좋은 대표적 식품 10가지에 ‘마늘’이 선정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마늘 생산국임과 동시에 1인당 연간 소비량이 7.5kg나 되는 세계 최대의 마늘 소비국이다. 생산량은 2012년 기준 약 33만9000t으로 총수요 40만2000t에 약 6만3000t 정도가 부족하다.
자급을 위한 면적 확대도 종자식물과 달리 영양 번식을 하므로 급속한 추진이 어려우며, 생산과정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져 현재의 농업인구 구조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까지 마늘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과 FTA 타결이 돼 있지 않아, 중국산 통마늘은 수입 되지 않고 있으며, 냉동마늘 또는 초마늘의 형태로 수입 되고 있다.
앞으로 중국과 FTA가 타결되면 마늘 재배농가는 어느 정도의 타격이 불가피 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중국산 마늘 선호도 조사 결과 ‘중국산 마늘 가격이 아무리 저렴해도 국산 마늘을 구입하겠다’라는 응답이 73%로 나타나, 소비자가 믿을 수 있는 고품질 마늘을 생산한다면 중국과의 경쟁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실천이 중요하다.
첫째, 단위당 수량증대와 생산비 절감 및 품질 경쟁력이 제고 돼야 한다. 이에 부응하려면 주아전문 생산단지 조성을 통한 우량종구 보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마늘재배에 알맞은 토양을 만들어야 하며, 노력비 절감을 위한 파종 및 수확의 기계화가 이뤄져야 한다.
둘째, 수확 후 건조시설 보급 확대를 통한 저장마늘의 품질 경쟁력 향상이 이뤄져야 한다. 농산물은 재배·생산의 비중이 50%면 수확 후 관리도 50%의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마늘은 수확 후 건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뿌리응애와 혹응애 등에 의한 피해가 크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셋째, 우리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는 한지형마늘의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한지형마늘은 난지형 보다 수입의 영향을 덜 받으므로 지리적표시제, GAP, 유기농, 무농약 등 각종 인증제도와 지역별로 맛, 형태 등의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포장재 개선, 기능성, 안전성을 확보한 홍보 전략도 중요한 경쟁력 향상의 한 축이 될 것이다.
넷째, 마늘의 기능성을 이용한 새로운 소비트렌드의 창조다. 유기황화합물인 알리인을 기본으로 한 마늘의 기능성은 혈액순환 개선, 항암, 지구력 강화, 강장효과 등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효능이 밝혀졌고, 최근에는 고온 숙성한 흑마늘의 소비가 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가공품 개발과 기능성식품으로 등재가 필요하다.
마늘은 그 역사와 더불어 많은 기능성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채소이다. ‘구구팔팔이삼사’로 대표되는 건강트렌드는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더 많이 대두 될 것으로 예측되며, 마늘의 다양한 변화는 이런 트렌드를 이끄는 하나의 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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