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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이 아름다운 곳 ‘청산도에 살어리랐다’
느림이 아름다운 곳 ‘청산도에 살어리랐다’
  • 이도근
  • 승인 2013.04.12 0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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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과 푸른 마늘밭이 맞닿아 눈이 아프도록 푸르고 아름다운 섬
세계 슬로시티 1호 지정… 산비탈 ‘구들장 논’·돌담길 걷기 정겨운 곳
13일 ‘청산도 슬로우 축제’ 배우 오정혜씨 영화 서편제’명장면 재현



‘힐링’·‘느림’이란 단어는 시쳇말로 요즘 가장 ‘핫’한 유행어다.
언젠가부터 새로운 유행의 물결 속에 사람들은 주말, 자동차를 타고
빠르게 달리는 대신 숲이 우거진 오솔길을 거닐고자 한다.
느리다는 것은 속도로부터 소외된 것이 아니라, 그저 남들보다
많은 것들을 만날 수 있는 길. 자연의 회귀를 꿈꾸며 바쁜 도심에서
벗어나 느림의 미학을 찾는 여행을 떠나보자.
계절의 변화가 민감하게 느껴지는 4월의 ‘봄’ 주말이라면,
한반도의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젊은 섬 완도가 제격.
동양일보는 4월 길여행으로 ‘청산도’ 슬로길로 느림 여행을 떠난다.


●푸른 섬의 붉은 황톳길을 걷다
하늘과 바다, 산….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푸르러 ‘청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섬이 청산도다. 이맘때의 청산도는 아장아장 아기가 조심스레 첫발을 내딛듯 살포시 다가온 봄을 만난다. 꽃피는 봄이 오면 유채꽃과 푸른 마늘밭이 바다와 맞닿아 눈이 아프도록 푸르고 아름다운 섬이다.
이곳은 ‘느림의 미학’이 지배하는 섬이다. 영화 ‘서편제’에서 소리꾼 유봉이 의붓딸 송화와 진도아리랑을 주고받으며 덩실덩실 춤을 추던 그 청산도. 섬으로 오가는 배는 청산도에서 태어나 청산도 초분(풀무덤)에 뼈를 묻을 섬사람들의 투박하면서도 정겨운 사투리로 떠들썩하다.
슬로시티이자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된 청산도에는 11개 코스의 슬로길 42.195㎞이 있다. 마라톤 풀코스로 이뤄진 느낌표와 쉼표가 구성진 가락의 진도아리랑처럼 느릿느릿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당리 마을은 돌담길과 다랑이논의 선으로 청산도의 풍경이 빛나는 곳 중 하나다. 청산도 관문인 도청항에서 ‘느림의 종’을 타종하고 언덕을 오르면 당리 돌담길로 들어선다. 조급증이 있더라도 이곳에선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고작해야 한 명이 걸어갈 정도로 좁은 길이 굽이굽이 이어져 있기 때문.
당리 입구 창고 벽에 그려진 원색의 벽화는 ‘서편제’의 세 주인공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걷던 붉은 황톳길을 재현했다. 많은 촬영지 중 당리 마을이 유독 지금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는 5분 30초의 긴 시간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화면이 현실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투박한 질감의 당리 돌담길은 계절마다 화려한 원색으로 단장한다. 밭이랑 새순의 떨림, 구름 사이로 내리쬐는 봄 햇살, 노란 유채꽃과 푸른 청보리밭 언덕에서 만나는 봄 빛깔은 화려한 꽃밭보다 향기롭고 곱다.

●황소가 게으른 울음 울어 예는 길
청산도 슬로길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인 ‘왈츠하우스’. 구불구불 길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하얀색의 예쁜 펜션이다. 입구에는 빨간 우체통이 바다를 향해 서있고, 내부는 드라마의 아름다운 소품과 가구가 그대로 남아있다. 평상시엔 문을 닫지만, 예약을 하면 숙박도 가능하다고 한다.
돌담길 왼쪽은 가파른 언덕을 깎아 만든 다랑논과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를 둘러싼 도락리 포구. 돌담길 오른쪽은 당리 마을로, 강렬한 색채의 슬레이트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정담을 나눈다.
왈츠하우스에서 위로 더 걸어가면 화랑포로 가는 산책로가, 아래에는 서편제 세트장이 있다. 가까이 바닷가 절벽 옆으로 우뚝 솟은 범바위에 오르면 에메랄드빛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
‘해신’ 촬영장을 거쳐 화랑포를 돌아 나오면 사랑길이 기다린다. 해안절벽을 에두르는 사랑길은 청산도의 청춘남녀들이 남몰래 데이트를 즐기던 곳. 슬로길은 부드러운 곡선의 다랑논이 104계단을 이루고 있는 읍리를 거쳐 청계리에서 구들장논을 벗한다.
구들장논은 흙과 물이 귀한 청산도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하 형태의 논. 척박한 땅을 개척하여 삶의 터전으로 가꾼 조상들의 지혜와 투지가 배어있다. 경사가 심해 농기구가 들어갈 수 없어 아직도 누렁소를 앞세워 밭을 가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농업유산연대를 중심으로 구들장논을 지키기 위한 모금운동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돌담길 사이로 아리랑 절로 흘러
청산도 슬로길은 상서리에서 정겨운 돌담길을 벗한다. 문화재로 지정된 상서리의 돌담은 조형미가 뛰어나거나 건축학적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섬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짙게 배어있을 뿐이다.
상서리의 돌담은 구불구불해 몇 발짝만 걸어도 느닷없이 가족이나 이웃을 조우하는 구조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황소의 느린 걸음 따라 속도를 맞춰 걸다보면, 아기자기 돌담길 사이로 느릿하게 걷는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담쟁이덩굴에 둘러싸인 동촌리의 돌담길도 상서리 못지않다.
섬 북동쪽 끄트머리 진산마을의 아름드리 솔숲과 둥글둥글 갯돌로 이뤄진 해변에도 들러보자. 청산도의 여러 갯돌 해변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운치 있는 해변으로 유명한 진산몽돌갯돌밭이다. 굵직굵직한 갯돌이 깔린 풍광이 아름답기도 하거니와 “차르르~차르르” 서로 맞닿으면서 내는 몽돌소리가 운치를 더한다.
은빛 해면과 감청색 바다 빛에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오는 지리해변은 책 한권 손에 쥐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느림’을 느끼기에 좋은 곳.
슬로시티 청산도의 멋과 낭만은 양중리 느림섬여행학교에서 마침표를 찍는다. 폐교가 된 청산중 동분교를 리모델링한 곳인데 슬로푸드체험관과 숙박동 등을 갖췄다. 청산도탕 등 청산도 만의 음식을 맛보고, 아늑한 침실로 바뀐 교실에서 초롱초롱 별도 세어볼 수 있다.
시간이 더디게 가기에 마음껏 게으름을 피워도 탓하지 않을 것만 같은 섬. 느리게 사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푸른 ‘청산도’에선 ‘소중한 쉼표의 해답’을 만나게 될 것이다.
<이도근>

● 여행정보

● 여행 팁= 청산도 관광지 순환버스는 뚜벅이 여행객에게 유용한 수단.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도청항을 출발, ‘봄의 왈츠’ 세트장이 있는 당리와 읍리, 범바위, 상서마을 옛 담장, 신흥해변, 진산해변, 지리청송해변 등 청산도 한바퀴 여행을 돈다. 2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3~10월 하루 2회 운행한다. 양중리 느린섬여행학교의 슬로푸드체험관은 청산도 고유음식으로 구성된 슬로푸드를 직접 만들고 맛볼 수 있다.

● 문의= 완도 문화관광(tour.wando.go.kr·☏061-550-5421), 청산도 슬로시티지회(www.cittaslow.kr·☏061-554-6969), 완도여객터미널(☏061-552-0116), 청산매표소(☏061-552-9381).

● 가는 길= <서울 방면> 호남고속도로 광산IC(13번국도) 또는 서해안고속도로→해남→완도 청산도. <부산 방면>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순천→강진→해남(55번국도)→완도→청산도. 완도여객터미널(☏061-552-0116)에서 청산도행 여객선은 4월 주말기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12차례 운행한다. 50분 소요. 청산도까지 자가용승용차를 가져가면 효율적으로 섬을 돌아볼 수 있다. 차량 승선료는 1인 왕복 뱃삯 포함 4만8000원.

● 2013 청산도 슬로우 걷기 축제=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인증된 완도 청산도에선 ‘느림은 행복이다’를 주제로 1~30일 축제를 연다. 올해 5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슬로우길 걷기, 슬로체험, 문화예술이벤트 등이 펼쳐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공식행사는 13일 진행되며, 이어 5월 3~5일 장보고 축제 기간 중 완도해변공원에서 ‘2013 대한민국 웃음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 동양일보 4월 길여행(2차)= 26일 새벽 5시 30분 동양일보(청주시 상당구 율량동)앞 출발. 참가비 5만원(왕복 뱃삯, 김밥, 떡, 생수), 중식은 포함 되지 않음. 신청·문의는 동양일보 문화기획단(043-211-0001~2)이나 동양일보 길 여행 홈페이지(cafe.daum.net/dyway).

당리 마을언덕에 위치한 KBS 드라마 ‘봄의 왈츠’ 세트장인 ‘왈츠하우스’. 구불구불 길 따라가다 보면 만나는 하얀색의 예쁜 팬션이 동화속 장면같다.
돌담길에서 바라본 청산도 모습. 청산도 슬로길은 지역주민들의 마을간 이동로로 이용되던 길로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하여 ‘슬로길’이라 이름 붙여졌다
청산도 도청항에 내려서면 바로 마주하는 11개 코스의 슬로길 표지판. 이중 네가지 방향표시를 따라 걸으면 된다.
청산도 관광지 순환버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청산도 한바퀴를 도는데 2시간 30분이 걸린다
당리 입구 창고 벽에 그려진 원색의 벽화,‘서편제’의 세 주인공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걷던 붉은 황톳길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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