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26·LA 다저스)의 주무기는 익히 알려진 대로 체인지업이다.

류현진이 2006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해 팀 선배 구대성에게 배웠다는 서클체인지업은 지난직구와 똑같은 투구폼에서 뿌리는 그의 체인지업은 직구처럼 날아오다 방망이가 나오는 순간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가라앉아 헛스윙을 유도하는 '삼진 제조기'다.

릭 허니컷 다저스 투수코치도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지켜본 뒤 "플러스 플러스 피치"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체인지업만큼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급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빅리그 데뷔 첫해 류현진이 1패 뒤 2연승을 거둘 수 있었던 '효자 구종'은 체인지업이 아닌 슬라이더다.

류현진은 지난 8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경기에서 첫승을 거둔 뒤 "슬라이더가 기가 막히게 잘 들어갔다"고 호투의 배경을 설명했다.

14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경기에서도 결정구는 슬라이더였다.

이날 투구수 107개를 기록한 류현진은 직구 51개, 체인지업 31개, 슬라이더 14개, 커브 11개를 고루 뿌렸다.

슬라이더 개수는 체인지업의 절반도 되지 않지만 삼진을 낚는 등 결정구는 슬라이더였다.

1회 첫타자 A.J.폴락을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4구째 예리한 슬라이더를 던져 루킹 삼진으로 기분좋게 출발했다.

2회 무사 1루에서 미겔 몬테로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공도 슬라이더였다.

3회에는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를 적절히 구사해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한 류현진은 6회에는 4번 폴 골드슈미트도 슬라이더로 삼진을 솎아냈다.

이날 기록한 9개의 탈삼진 중 결정구는 슬라이더가 4개로 가장 많았고, 직구와 체인지업은 각각 2개, 커브가 1개였다.

사실 국내프로야구 시절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그리 드러나지 않았다.

직구와 체인지업만으로도 탈삼진왕에 오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각종 스카우팅리포트에도 류현진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으로 기록돼 있다.

그런 만큼 상대팀들도 류현진과의 대결을 앞두고 체인지업 공략법을 집중 탐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류현진은 이를 예상한 듯 고비마다 슬라이더를 앞세워 애리조나 타선을 요리했다.

물론 예리한 슬라이더는 코너를 찌르는 직구와 현란하게 떨어지는 체인지업, 낙차 큰 커브가 있었기 때문에 더욱 큰 위력을 발휘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이 말했듯이 26살의 어린 나이에도 4가지 구종을 모두 완벽하게 구사하는 류현진은 매 경기 다양한 결정구를 사용하며 빅리그의 간판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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