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시달릴 때 금융당국은 뭐했나…회사 살리려는 결정"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보유주식 전량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매각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서정진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63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매도 세력 때문에 불필요한 회사 자금이 자사주 매입에 투입되고 있다"며 "회사 발전을 위해 빠르면 5월, 늦으면 6월 말 셀트리온 지분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매각하겠다"고 말했다.

매각은 셀트리온이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유럽 허가가 끝나고서 공개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며, 연내 마무리 짓겠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셀트리온의 대주주 지분과 경영권이 외국계 회사로 넘어가는 셈이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28%와 셀트리온헬스케어 50.31%, 셀트리온지에스씨 68.42%, 셀트리온에스티 7.27%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회사 격인 셀트리온홀딩스는 셀트리온 지분 20.69%를 보유 중이다.

서 회장은 지난 2년간 이어진 공매도 세력의 끊임없는 공격과 금융당국의 '수수방관'에 지쳤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회사와 소액주주들을 괴롭힌 공매도를 끊어내기 위해 제가 가진 것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그간 셀트리온은 공매도 세력이 악성 루머와 허위사실을 생산·유포해 주가를 떨어뜨리고 차익을 챙기려 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셀트리온의 공매도는 지난 2011년부터 급증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2년 동안 공매도 금지 기간을 제외한 432거래일 가운데 412일(95.4%) 동안 공매도가 이어졌으며 하루 총 거래량에서 공매도 수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넘는 날이 62거래일(14.3%)에 달했다.

서 회장은 "이 같은 이상현상을 바로잡고자 수천억원의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지만, 금융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기세력을 막기 어려웠다"며 지분 매각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에도 셀트리온은 지난 4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총 150만주(750억원어치)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서 회장은 작정한 듯 감독기관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불법 공매도 세력이 시장기능을 망가뜨리고 있는데도 당국이 규제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전 세계 주식시장에 공매도 제도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공매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지 감독·감시하는 기능이 약하다"며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기관투자자 비중이 적은 코스닥시장에서의 공매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자신의 결정이 공매도 규제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분 매각 결정을 번복할 생각이 없다고 밝히고 "영세한 창조기업도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힘쓰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내비쳤다.

'샐러리맨 신화'로 통하는 서 회장은 30대 중반 나이에 최연소로 대우자동차 임원이 됐으며 지난 2000년 회사를 나와 바이오사업에 뛰어들었다.

인천 송도에서 직원 2명으로 시작한 셀트리온은 창업 12년 만에 직원 1500명의 생명공학 회사로 컸다.

이달 들어 9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약세를 보이던 셀트리온 주가는 서 회장의 긴급기자회견 소식이 전해지자 급등세를 탔다.

장중 11%대까지 뛰어오른 주가는 오후 2시20분 현재 6.75% 오른 5만600원에 거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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