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억 청주흥덕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얼마 전 지인이 식사를 하던 중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대한민국은 과연 선진국일까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다.

세계 7번째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 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하계 올림픽과 월드컵을 모두 유치한 세계 6번째 국가 등. 정치, 경제, 문화 어떤 지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와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어두운 지표도 있다. 개인의 삶의 만족도, 자부심, 희망 등 인간의 행복과 삶의 질에 대한 지표인 행복지수나, 법질서 준수도 등에 관한 지표인 법질서 지표는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권에 머물러 있다.

양적·규모적 지표에 비해 질적·심리적 지표는 그에 못 미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어느 덧 50일이 지났다. 새 정부에서는 국민 행복과 사회적 자본인 신뢰를 증진하는 전제 조건으로 공정한 법 집행과 사회 내 탈법·무질서 척결, 즉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사회의 법질서 확립이 그 만큼 선진국으로의 도약과 그 맥을 같이 하고 중요함을 반영한 결과이다.

다만, 우리는 법질서 확립이란 것 자체에 반감을 가질 수도 있겠다. ‘법질서확립이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명령, 규제, 억제, 강제라는 단어 때문일 수도 있고, 혼란스러웠던 과거 시절 겪었던 국민들의 경험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 또한 혹자는 국가나 행정 편의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감 있게 주장하건대 법질서 확립의 최대 수혜자는 국가나 경찰이 아닌 국민이다. 법질서 확립을 통해 사회 구성원 간에 불신을 해소하고, 법과 원칙이 존중되는 분위기가 형성됨으로써 신뢰라는 핵폭탄보다도 큰 에너지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 통합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OECD 평균 법질서 수준을 유지할 경우 1%의 추가 성장이 가능하다는 보고도 있는 만큼 법질서 확립은 경제 부흥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

이에 경찰은 법질서 확립을 성폭력, 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 척결과 함께 가장 중요한 테마로 선정하고 종합 대책을 수립, 추진 중에 있다. 법질서 확립 전담 T/F팀을 구성·운영하고, 생활 주변의 기초·교통 질서 확립과 합법 촉진, 불법 필벌의 기조의 선진 집회 시위 문화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적정한 경찰권 행사를 위한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경찰 법 집행위 신뢰도·수용도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동참이다. 국민 개개인의 나 하나 쯤이야하는 생각과 행동이 사회의 룰(Rule)을 깨뜨리고 반칙을 만든다. 국민들은 반칙한 승자(勝者)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고 이로써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는 한순간에 깨져 버리게 된다. 결국 발전된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고, 우리가 바라는 선진국이라는 훈장은 항상 멀게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나 하나 꽃이 되어라는 조동화 시인의 유명한 시가 있다. “나 하나 꽃이 되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는 구절이 있는데, 우리 모두가 나 하나 쯤이야보다는 나 먼저라는 생각을 가지고 법질서 확립에 정부와 국민 모두가 동참해 우리 대한민국이 아름답고 향기 나는 꽃밭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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