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욱 진천경찰서 외사계

바야흐로 우리나라는 체류외국인 150만명, 다문화가정 23만명이 넘는 말 그대로 선진 다문화국가 대열로 들어서게 되었다.

지난 2000년 국내 체류외국인 49만명에 불과했던 것이 급속도로 늘어 오는 2015년에는 2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 보면 마주치는 외국인들이 예전처럼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고 느껴진지도 오래다.

여건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과 관련된 범죄와 피해사례도 증가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외국인이 범죄를 저지를 경우 검거하여 마땅히 처벌하면 그만이지만 피해자일 경우는 다르다. 한국사회에서 100여개 국가의 다양한 외국인이 범죄에 노출되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비일비재한 가운데 외국인이나 다문화가정에서는 이방인이라는 사고에 사로잡혀, 또한 자기들 나라에서 느끼는 딱딱한 경찰이미지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범죄 피해를 입었으면서도 경찰서를 직접 찾아 신고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피해신고를 방치하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도록 대안이 있을까.

2009년 경찰청에서는 외국인 범죄피해 신고를 접수하기 위해 경찰관서 262개소의 민원실과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외국인 밀집지역 지구대·파출소 85개소에 외국인 범죄·피해 신고센터를 운영하였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단속 활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외국인들이 경찰관서 내 방문을 기피하고 불법체류자는 현실적으로 방문이 불가하다는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서 2010520외국인 도움센터를 새롭게 운영하게 되었다.

외국인 도움센터는 외국인들이 접근이 쉬운 각 지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NGO, 외국인식품점 등을 외국인 피해신고 뿐만 아니라 각종 민원 내용을 수집·청취하여 경찰에게 전달하는 외국인을 위한 효과적인 범죄피해 치안시스템이다.

또 경찰관서 밖에서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대화 채널을 마련함으로써 외국인 범죄 피해 및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해 주면서 제보자의 신변을 보호하려는 나름 경찰의 배려 의지가 담겨 있는 시스템이다.

도움센터를 방문하여 범죄 피해를 신고하거나 생활 중 불편 사항을 제보하면 센터 운영자가 이를 외사 경찰관에게 전달, 신고 내용을 바탕으로 경찰서 담당부서에서 직접 처리하거나 또는 유관기관에 통보를 해 주고 있다.

비단 범죄피해 뿐만 아니라, 임금체불·산업재해 등 관련 부문도 마찬가지다.

현재 경찰청에서는 외국인 도움센터가 전국적으로 294개소, 충북에서만 각 시군별로 11개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대부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외국인식품점이 지정되어 있다.

몇일 전, 남편으로부터 심한 폭력을 당해 병원에 입원중인 베트남 여성이 외국인도움센터로 지정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연계되어 센터의 상담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처리 과정에서부터 쉼터 안내까지 세세한 설명을 상담사에게 전달하면서 다시 한번 외국인 도움센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새삼 알게 되었다.

외국인 도움센터에 대해 더 많은 홍보와 외국인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관심만이 외국인 범죄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주변에 범죄피해자가 되어 혼자서 떨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외국인 도움센터가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널리 홍보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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