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용 영동경찰서 생활안전계

 

 

몇 일전 나는 아버지 산소를 다녀왔다.

한식날이기도 했지만, 해마다 요맘때면 잠시 시간을 내어 한 번은 다녀와야 마음이 편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올해도 녀석들이 온 게 아닌가하고 눈으로 확인을 해보기 위해서다.

바로 불청객인 멧돼지들 때문이다. 농작물은 고사하고 온 산천을 쑤시고 다니는 통에 조상묘라고 온전할 리 없다. 다행스러운 건 선산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자주 찾는 걸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는 늘어나지만 그렇다고 멧돼지를 막을 특별한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천적이 없는 통에 갈수록 개체 수는 늘어나고 먹을 것은 부족하니 점점 민가 근처로 내려오고 있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멧돼지들과 지근거리에서 불편한 동거를 하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굳이 해결책을 찾자면 농작물이나 묘지에 피해를 주는 멧돼지를 허가 받은 총으로 잡는 방법일 것이다.

물론 자치단체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매년 수렵기간을 운용하고 있다.

우리 영동경찰서에서도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총기를 해제해 다소나마 피해를 줄이려고 노력 하고 있다.

총기는 이렇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잘못 사용하면 끔찍한 대형사고를 불러 온다. 지난 324 도심에서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뉴스에 보도 된 바 있다.

내용만 보면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이나, 필리핀 등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엄연히 대한민국 한복판인 천안에서 그것도 백주대낮에 일어난 일이다. 여자를 납치 감금하고 성폭행한 후 계속 끌고 다니다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탈출하자 경찰과 총격전을 벌인 것이다.

다행히 경찰이 테이져건(전자충격기)으로 제압해 더 큰 피해를 예방했지만 하마터면 대형 살상사건으로 이어질 뻔한 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피의자 차량에서 엽총과 실탄 150여발, 특수부대용 정글이 발견되었다니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이렇듯 우리나라도 더 이상 총기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총은 잘만 사용하면 참으로 유용한 물건이다.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사람에게 위협용으로 사용할 때 그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지금 경찰에서는 41~520일 전국적으로 개인소지 총기류 일제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총기의 개?변조 사항을 색출하는데 본래의 목적이 있다. 하지만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개인들에게 1년에 한 번이라도 취급상 주의할 점을 설명하고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심어주자는 취지일 것이다.

영동경찰서 관내에서도 1000여정의 총기류가 허가돼 있다. 얼핏 잡아도 성인 남성 20명중에 1명꼴로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것이니 결코 적은 것은 아닐 것이다.

이 기간에 총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찰관서에서 일제점검을 받아서 총기류로 인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참여해야 할 것이다.

총기류 취급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빈총에 맞아도 3년간 재수가 없다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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