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광흠 괴산경찰서 수사지원팀장

얼마 전 전국의 각 경찰서마다 가정폭력 담당을 배치한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다.

그만큼 우리사회에 가정폭력이 심각하다는 증거다.

가정이란 혈연관계자가 함께 살고 있는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으로 풀이하고 있으며 혈연은 말 그대로 같은 핏줄로 연결된 관계이다.

그런데도 경찰서에 가정폭력 담당을 배치할 만큼 가정폭력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서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11년 가정폭력으로 검거된 사람은 7272명에서 20129345명으로 1년 동안 28.5%가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그 수치는 사건화가 되고 경찰에 검거된 숫자에 불과할 뿐 실제 밖으로 들어나지 않는 가정폭력은 훨씬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는 핏줄로 연결된 구성원이 생사를 같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울타리가 가정이며 자아를 키우고 미래를 함께 준비하도록 만들어진 울타리가 학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울타리는 튼튼해야 하고 따듯해야 하며 그 속에 속한 구성원을 사랑하고 보호해 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시대의 가정과 학교라는 울타리는 너무 약한 것이 문제다.

일부 소수의 울타리는 차라리 울타리가 아니었으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소리까지 듣고 있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이 실패한 정책의 재탕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경찰관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무겁다.

학교폭력이 난무하는 이유는 결국 우리의 인성교육의 실패에서 찾을 수 있다.

인성교육의 근원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며 가정의 울타리를 튼튼하게 만든다면 굳이 학교의 울타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경찰서마다 배치되는 가정폭력 담당이 모래알처럼 많은 가정의 울타리를 다 보살피고 점검하고 보수할 수는 없을 것으로 그 몫은 개인이나 가정을 이루는 집단이 해야 할 몫이다.

그럼에도 학교폭력 사태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모든 시선이 우리 경찰관에게 쏠리는 것 같아 고개를 들 수 없다.

과거의 가정폭력은 대다수 힘을 가진 아버지로부터 나왔지만 요즈음은 꼭 그렇지만 않아 자식이 부모를, 아내가 남편을 폭행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아이가 원하지 않고 감당하기에 버거운 것을 부모의 욕심 때문에 강요하는 것 또한 가정폭력의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명문대학을 가야 한다”, “김연아 같은 선수가 돼야 한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처럼 되려면 그 분야에서 반드시 일등을 해야 가능하다라고 닦달한다.

이는 대다수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하는 폭력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가정폭력이 없는 사회가 되려면 부부는 서로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하고 부모는 자식이 자신의 분신이 아닌 다른 주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보다 따뜻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가정이라는 울타리는 경찰서마다 가정폭력 담당이 생긴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각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튼튼해지는 것이다.

나도 오늘 내 울타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소주한잔 하자는 친구의 유혹을 뒤로하고 집으로 일찍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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