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석 진천읍 읍내리

언어와 문자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큰 축복이다.

아기가 태어나서 옹알이를 할 때부터 언어가 시작되는 것이며 그 옹알이를 받아 얼러주는 것에서부터 어른들과의 소통이 시작되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아기는 언어가 발달한다. 아기들은 사람에게 주어진 축복을 의식적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무의식 속에서부터 누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한 축복을 누리지 못한 채 말을 들을 수도 할 수도 없고 따라서 언어로 타인과 소통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사람들이 딴 세상의 사람인 냥 소외되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다반사인 것이 현실이라는 점이다. 똑같은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이런 장애를 가지고 사는 것만도 억울한 일인데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 함으로 인해 자신의 권리를 침해당하는 일은 차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말하지 못한다면 글이라도 가르쳐서 말 대신 글을 써서라도 소통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답답하게도 이런 사람들을 교육시킬만한 환경이 조성되어있지 않아서 이 사회의 농인들은 대부분 한글을 읽고, 쓰며 해독할 수 있는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도시 몇 몇 곳에 농아학교가 있기는 하지만 문턱이 너무 높아 화중지병(畵中之餠)에 불과한데다가 더욱이 이런 시골에서는 엄청난 유학비에 엄두나 낼 일인가? 그야말로 이 사람들의 소통의 창구는 꽉 막혀 어둡기만 하다.

그러나 여기 작은 불빛이 있다.

진천군 평생학습세터에서 지난해 여름부터 수화통역사 과정을 개설하고, 청인(비장애인), 농인 모두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비장애인 중 문해교육 자원봉사자로 함께할 사람들을 모아 농인의 몸짓을 수화로 바꾸고(농통역), 수화를 청인의 언어로 바꾸는(수화통역) 3차원 멀티교육이 시작된 것이다.

비장애인들은 수화를 배우며 함께하는 농인들에게 한글도 가르쳐주고, 농인들은 비장애인들에게 수화를 가르쳐 준다. 비문해농인과 청인이 수화와 지화로 함께 어울림의 장을 이뤄내고 있는 것으로 양방향교육과 양방향학습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과연 어떻게 농인과의 소통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수화통역사 과정(문해교육 자원봉사자)에 자원하여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730일 첫 수업은 강사 청인(聽人)수화통역사 한명과 농인(농통역사) 강사 한명 그리고 수강생 청인 8, 농인 6명이 시작했다. 그런데 농인 중 한글 해독자는 절반도 안됐다. 예상은 한 일이지만 자못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농인과 청인이 혼합된 조편성을 하여 지화를 배웠다. 손가락 문자로 더듬더듬 첫발을 내딛은 것이다.

십여 명이 같이 어울려 일주일에 두 시간씩 두 번 네 시간을 손짓과 표정으로 즐겁게 공부하면서 수화로 아주 쉬운 노래를 부르게 되었다. ‘뽀뽀뽀’, ‘만남’, ‘사랑으로 등을 조별로 발표도하고, 한가위 맞이 백곡축제에서는 농인들과 같이 수화 노래 공연도 하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 걸음씩 소통이 이루어져 갔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커져가고 있었다.

오늘도 우리들은 팔랑팔랑 수화를 한다. 노랑나비, 흰나비, 호랑나비들의 다양한 날개 짓 같은 수화로 우리들의 순수한 세상을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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