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운석 충북도 주무관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 제안…성공행진

 



‘2013 오송 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가 성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박람회 개최 출발점이 관심을 끌고 있다.

연일 관람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개막 10일 만에 58억원의 수출계약이 성사되는 등 ‘대박행진’ 을 이어가고 있는 이 박람회는 충북도의 한 지방보건직 공무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도는 지난 2010년 10월 각 부서에 신규 사업계획을 1건씩 제출하라는 과제를 냈다.

늘 그래왔듯이 ‘내용은 나중에 생각하고 우선 아이디어 제목만이라도 퇴근 전까지 제출’하라는 것 이었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과에서 화장품 점검 업무를 담당하던 박운석(55·지방보건6급·사진) 주무관의 머리에는 화장품 산업을 소재로 한 국제행사를 열어보자는 생각이 스쳐갔다.

박 주무관은 이 아이디어를 기초로 화장품 박람회를 제안했다.

이 제안을 본 이시종 지사가 “굿 아이디어다. 추진을 검토해 보라”라고 지시를 내렸다.

각 실과에서 쏟아낸 수십 가지 아이디어 중 박 주무관이 낸 구상이 가장 반짝였기 때문이다. 바이오산업과 솔라산업을 충북의 100년 먹을거리로 인식하고 있던 민선5기 충북도의 장기발전구상과도 맞아떨어졌다.

불황이 없다는 화장품을 소재로 한 점이 높게 평가 됐다.

박 주무관이 낸 아이디어는 그보다 한 살 어린 직속상관 김명숙(54·여·지방보건사무관) 식품의약품안전과 의약품관리팀장이 구체화면서 실행단계로 접어들었다.

1년간의 계획 수립과 국비확보 등 준비과정을 거쳐 2011년 12월 박람회 조직위원회가 구성됐다. 이때부터 박 주무관은 김 팀장과 함께 조직위원회으로 파견돼 화장품 기업유치 업무를 맡았다.

박람회가 현재의 모습으로 탄생하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었다. 초기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화장품박람회가 성공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는 등의 비아냥거림도 들었다.

특히 박람회의 낮은 인지도 때문에 화장품 산업관과 뷰티 산업관에 입주할 기업 유치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도가 도정 역량을 집중해 관련 업계와 정부 부처 등을 설득하고 홍보를 강화하면서 박람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박 주무관은 “아이디어를 제출한 직후 사실 속으로 ‘내가 피곤해질지도 모르는데…’라는 두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꼭 해야만 한다’고 뜻을 다졌다”고 말했다.

자칫 동료직원들로부터 ‘괜한 아이디어를 내는 바람에 우리만 바빠지고 피곤하게 생겼다’는 푸념과 원망을 살 수 있다는 걱정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아이디어를 낼 당시인 2010년만 해도 뷰티관련 이벤트를 하던 곳은 경기도였다”며 “경기도는 단순한 ‘경연’위주로 했기 때문에 우린 화장품으로, 박람회쪽으로 가면 승산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박람회는 지난 3일 개막과 함께 하루 평균 5만여명이 몰려 12일째인 지난 14일까지 전체 관람객이 60만명을 넘어섰다.

애초 목표한 100만명 유치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성공한 박람회로 주목받고 있다.

평범한 공무원의 작은 아이디어가 관심권 밖이었던 화장품과 뷰티산업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신성장산업이라는 것과 우리나라 화장품·뷰티서비스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박 주무관은 “내가 낸 작은 아이디어로 세계적인 규모의 박람회가 열리는 것을 보니 가슴이 벅차다”며 “폐막까지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해 성공한 박람회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앞으로 정년퇴직 3년을 남겨둔 ‘만년 주무관’이다.

1989년 보건직 9급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지만 승진기회가 적은 기술직이다 보니 8급 승진 4년, 7급 승진 8년, 6급 승진 7년 등의 시간이 걸렸다.

독특한 뷰티박람회 아이디어를 내고, 국제행사 승인을 얻어 국비 70억원을 확보하는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월 ‘1호봉 승급’이란 인센티브를 얻었다.<지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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