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균 (세종특별자치시교육감)

  성인에 대한 법적 규정은 만 20세를 기준으로 한다. 만 20세가 되는 생일이 지나면, 성인의 대접을 받고 성인으로서의 온전한 법적 권리와 의무를 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만 20세는 고작 대학교 2학년 정도이거나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사회초년병이다. 과연 그 연령이 우리 사회에서 성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될까?
  유대인들은 자녀들이 만 13세가 되면 ‘바 미쯔바(Bar Mitzvah)’라고 불리는 성인식을 치러준다. ‘바 미쯔바’는 많은 사람이 모여 축하해주는 큰 잔치로, 우리의 결혼 피로연처럼 부조금을 주고받으며 성대하게 거행된다. 특히 유대인들은 자녀 교육에 있어서 경제에 대한 감각을 체득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들의 성인식은 자녀들의 경제적 독립을 선언하는 출발선이기도 하다. 유대인들의 성인식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바로, 이러한 일찍부터 시작하는 그들의 경제교육이다. 자립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스스로 설 수 있는 토대, 즉 생계를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을 ‘삼포 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3포 즉 ‘취업, 결혼, 출산’의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등록금 마련과 쉼 없는 아르바이트와 빠듯한 취업준비로, 대학도 낭만의 캠퍼스가 아니라 전쟁터가 되어 간 지 오래다. 그렇게 대학을 나와도 정규직 일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맘 놓고 연애도 결혼도 따라서 출산까지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슬픈 뉴스가 바로 이 3포이다. 만 20세는커녕 만 25세가 되어도 온전한 경제적 자립이 어려운, 안타까운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이다.
  그렇다고 정말 ‘삼포’해야 할까?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연애 한번 하지 못하고 도서관에서 영어책하고만 씨름해야 하느냔 말이다. 20살은 세상의 다양한 경험을 제대로 시도해 볼 수 있는 나이다. 눈앞의 취업도 중요하고 학점도 중요하고 하루하루의 벌이도 중요하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관계를 넓혀가고 깊이 있는 독서로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쩌면 그것이 더 중요하다.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없이는, 남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자신이 어떠한 일을 갈망하는지 자신의 마음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일이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지,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자신의 심장은 무엇을 향해 뛰고 있는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해 보길 바란다. 그 고민을 시작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책임을 지고자 하는 것, 그것이 진짜 어른됨을 시작하는 것이다.
  나는 올해 성년이 되는 20살의 청년들에게 특히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당장의 이익과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을 멀리 보라는 것, 실패를 하더라도 손해를 좀 보더라도 그것의 의미와 과정에 의의를 두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잇속만 챙기는 작은 사람이 아니라, 손해를 좀 보더라도 의미와 뜻을 추구하는 사람, 다만 목전의 현실만 생각하는 인간이 아니라 따스함과 능력을 두루 갖춘 건강한 사람이기를 바란다. 세상 소식 어디에도 요새 젊은이들 힘들다는 뉴스로 가득하다. 하지만, 젊음만한 재능과 축복은 없다. 단단한 차돌같은 마음을 지니고, 세상을 더 세게 껴안아 보기를 바란다. 당신의 스무 살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