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말기환자 635명 조사결과

말기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임종이 임박해서야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죽음이 임박한 상황이 닥쳤을 때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표현이 불가능한 경우를 대비해 미리 연명치료 여부에 대한 의사표시를 해놓는 것을 말한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팀은 2009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 병원에 제출된 사전의료의향서 635건을 분석한 결과, 83.1%(528명)가 임종 전 1주일 이내에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2010년 8월부터 2013년 3월 사이 병원에서 사망한 183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사망 48시간 이내에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한 환자도 49.2%(90명)에 달했다. 병원 내 사망환자의 절반가량이 사망 이틀 전에서야 비로소 연명치료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다.

635명의 환자 중 본인이 직접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한 경우는 4명(0.6%)에 그쳤고, 대다수인 99.4%(631명)는 가족이 의료진과 상의를 거쳐 치료 여부를 결정했다. 연명치료를 결정짓는 가족 대표로는 자녀 48.4%, 배우자 43.3%, 부모 2.6% 등의 순이었다.

병원 내 사망자 176명을 상대로 한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시점 조사에서는 입원 전(6.3%) 보다 입원 후(80.7%)가 훨씬 많았다. 13.1%(23명)의 환자는 사망 시까지 아예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이처럼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이 늘지 않는 것은 환자가 의식을 잃기 전까지는 가족 대부분이 임종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실제로 완화의료병동에서 임종한 20명의 암환자 가족을 대상으로 서울대병원 호스피스팀이 면접 조사한 결과, 7가족(35%)만 운명을 수용하고 대화에 응했을 뿐 나머지 13가족(65%)은 임종이 임박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대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허 교수는 "임종기 돌봄 계획에 대한 사전 논의는 물론 연명의료 시행여부에 대한 결정도 임종 직전에 이뤄지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임종기 환자에게 일단 인공호흡기를 적용하면 중단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보다 많은 환자들이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도록 연명치료 여부를 가능한 이른 시기에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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