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전신피로·소화불량 등이 특징…호흡기질환은 없어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벌써 온열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온열질환과 반대로 과도한 냉방기구 사용으로 건강을 해치는 일도 있다. 건물이나 자동차 내부와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시간 찬 공기에 노출되면 두통, 전신피로감, 소화불량, 설사, 근육통, 생리통 등이 생기게 되는데 이런 증상을 '냉방병'이라고 한다.

●몸살처럼 근육통과 두통 증상이 특징

냉방병의 증상은 두통과 피로감, 근육통, 어지러움, 오심, 집중력 저하가 흔하다. 또 어깨, 팔다리가 무겁고 허리가 아픈가 하면 한기를 느끼기도 한다. 위장증상으로는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복통, 설사 등을 들 수 있으며 심한 경우 메스꺼움과 구토증상이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고 생리통이 심해진다. 습도가 떨어지면서 눈물, 콧물 등의 점막에 자극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만성질환자와 노약자 특히 조심해야

아이들은 체내 항상성을 유지하는 정도가 어른보다 약하기 때문에 여름철 에어컨이나 일교차에 의한 온도 변화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무더위와 발열 등에 따른 탈수 증상도 빠르게 진행한다. 또 만성질환자 중에 심폐기능 이상 환자, 관절염 환자, 노인 등의 신체허약자와 당뇨병환자는 냉방병에 더 걸리기 쉽고 만성질환의 악화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레지오넬라균 감염에 의한 중증 폐렴으로 악화될 수 있는 만큼 만약 호흡곤란 증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빨리 의사를 찾아야 한다.

●냉방병, 여름감기와 혼동하기 쉬워

냉방병은 대체로 여름감기와 혼동된다. 여름철 감기는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는 리노바이러스나 아데노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 많고, 그 외에 복통, 구토, 설사 등을 동반하는 장바이러스가 원인일 수 있다.

반면 냉방병은 냉방기를 장시간 사용하면서 점막이 건조해지고, 바이러스에 대한 충분한 방어벽을 형성하지 못해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는 게 일반적이다.

냉방병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면 감기에 자주 걸린다. 그리고 한 번 걸리면 잘 낫지 않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냉방병 자체만으로는 기침, 가래 등의 호흡기 증상이 없다. 다만 몸살처럼 근육통과 두통 증상이 두드러진다. 손이나 발, 얼굴이 붓거나, 피로감, 권태감 등도 냉방병의 증상에 포함된다. 몸이 붓는 것은 주위의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 몸에서 발산되는 열을 막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기 때문인데, 외부로 발산된 열만큼 몸에서는 또 열을 계속 생산하기 때문에 쉽게 몸이 붓는 것 외에도 피로감이나 졸음, 권태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대형빌딩, 호텔, 백화점, 학교 등의 냉각탑에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은 중앙 냉방용 에어컨을 통해 전 건물에 퍼져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냉각수 살균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보통 건강한 사람들은 레지오넬라균이 있다 해도 바로 폐렴에 걸리지 않는다. 피로와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거나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사람, 질병에 취약한 영유아와 노인이 폐렴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실내와 외부 온도차 5도 안팎으로 유지해야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냉방기구를 사용하더라도 실내와 외부의 온도차를 5도 안팎으로 유지하고 1시간 간격으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한다. 장시간 냉방을 계속하는 곳에서는 미리 긴소매 겉옷을 준비해 체온조절을 하고, 실내에서도 가끔씩 몸을 움직여 근육의 수축을 막고 혈액순환을 돕는 게 좋다. 1~2시간마다 10분 이상씩 틈틈이 바깥공기를 쐬면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냉방이 잘되는 실내에서는 찬 음료보다 따뜻한 물이나 차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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