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학회 "질병 숨기는 환자 많아 역학조사 필요"

 

 

국내 뇌전증(간질) 환자는 모두 17만1806명으로, 유병률은 인구 1000명당 3.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뇌전증학회(회장 김흥동) 역학위원회는 2009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와 의무기록조사자료 등을 토대로 국내 뇌전증 환자수를 집계한 결과, 이같이 산출됐다고 25일 밝혔다.

1000명당 유병률은 남성(4.0명)이 여성(3.1명)보다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10세 미만 소아와 70세 이상 고령층에서 다른 연령층에 비해 환자가 많았다. 2009년 새롭게 진단된 뇌전증 환자만 보면 5세 미만 소아와 70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했다.

절반 정도의 환자에서 뇌전증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는데 가장 흔한 원인으로는 뇌졸중과 뇌 외상이 비슷한 빈도로 관찰됐다. 다음으로는 뇌 감염이나 해마 경화증 등의 순이었다.

이중에서도 20세 미만의 환자는 임신·출산기 때 손상이나 중추신경계 발달장애가 원인인 경우가 많았다. 중년층에서는 뇌 외상의 비율이 비교적 높았다. 노령층은 뇌졸중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뇌전증은 뇌에서 비정상적으로 발생한 전기파가 뇌조직을 타고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경련성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원래 '간질'로 불려오다가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차원에서 2010년 뇌에 전기파가 온다는 의미의 뇌전증으로 명칭을 바꿨다.

문제는 뇌전증 유병률이 이번에 파악된 환자수보다 많을 수 있다는 점. 그 이유는 환자 자신이나 보호자들이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부정적 사회 인식이나 차별 때문에 환자나 가족들이 뇌전증을 앓고 있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의료제도 이용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학회는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학회는 이번처럼 병원 진료 환자 기반이 아니라 국내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한 뇌전증 역학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기영 역학위원장(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 "국내에서는 뇌전증에 대한 전국 규모의 체계적인 역학 조사 자료가 전무한 실정"이라며 "이번에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뇌전증의 질병 부담, 연도별 유병률 추이 등이 추가로 분석돼야 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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