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육 청주시 상당구 사회복지담당

 

디지털 시대의 도래는 전 세계적으로 국가운영시스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 권위적이고 지배적인 거버먼트(Government) 시스템에서 탈피 거버넌스(New Governance)라는 국가 통치시스템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개념은 한 국가의 공공문제 해결을 위하여 정부가 시민사회 그리고 여러 공·사 조직 단체들과 유기적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협치를 통해 국가를 운영하고 시스템을 작동시킨다는 개념이다.

행정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부 3.0’도 민과 관에 존재하는 정보의 칸막이는 물론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여 민·관 협치를 통해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의 복지사무는 국가 단독으로 수행할 수 없고 각종 기부·봉사·구호활동 등 민·관·산·학단체의 협치를 통해 가능하다.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가 복지업무에 대하여 처음으로 통합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한 것이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이하 사통망)이다. 모든 복지업무를 여기서 처리 해결하고,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고용정보원 등 유관기관과 네트워크를 공유, 협치를 통해 부정수급 방지는 물론 그물망처럼 촘촘한 복지를 펼쳐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야심차게 내놓은 시스템이다.

2010년 복지부에서는 사통망을 개통하면서 일이 반으로 줄 것으로 내다봤고, 일선 복지 공무원들의 야근도 없어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사통망이 일선 사회복지 공무원 사이에서는 사통망 불통망(死通網 不通網)으로 불린지 오래다. 접속부터 업무처리가 지연되거나 자료 입력 및 관리 등 보이지 않는 잡무가 많아졌고, 실 처리시간이 늦어지기 일쑤다 보니 업무 효율화 실현에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민원인이 보태는 짜증에 사통망까지 문제를 더해 일선 복지공무원들이 받아들이는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 “일이 많은 것 정도는 참을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이기에 인격체이기에 최소한의 존중과 대우를 원하는 것이다.” 올해 자살한 복지공무원들의 유서 중 일부다. 행복하게 복지업무를 수행해야 할 복지공무원들의 자살은 그만 큼 업무환경이 열악하다는 반증이고 이러한 환경속에서 과연 받는 사람도 행복한 진정한 복지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12년 6월 기준 전국 3474개 일선 읍·면·동의 사회복지 공무원 배치현황은 1명 1448개소(41.7%), 2명 1390개소(40%), 3명이상 636개소(18.3%)로 평균 1.7명 수준으로 방문민원 및 전화민원 처리 등 내부 민원처리만으로도 부담이 되고 있어 찾아가는 서비스나 사각지대 놓인 복지대상자 발굴과 같은 능동적인 업무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지난 5월 전국공무원노조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국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주당 근로시간은 52.5시간이며 청주시의 경우 55.4시간으로 2.9시간 더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 평균 2시간 이상 초과근로를 해야만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다는 예기다.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도 전국61.1% 청주시가 64.7%로 3.6% 높게 나타났다. 폭언경험은 전국 83.45, 청주시 82.1%, 폭행경험은 전국 7.1% 청주시 1.2%로 폭언·폭행 경험은 전국 평균보다 낮게 나타나 외부적 요인보다 내부적 업무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의 감정노동 호소수준은 89%가 맡은 일이 감정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답변 감정노동에 심하게 시달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이 일선 복지업무의 현실을 볼 때 첫째 복지정책적 면에서는 포퓰리즘에 의한 정책남발을 줄여야 할 것이고, 자치단체 재정을 부담하는 정책입안시 국회-정부-지방의 3자가 정책합의를 통해 사전절차를 이행하는 합의제기구의 법적 상설화다. 둘째 인사 조직 면에서는 일선 읍 면·동에는 최소한 사회복지직 2~3명 이상 배치기준을 마련하고, 기초단체의 총액인건비는 재산정하여 정원을 확대함은 물론 행정직의 재배치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셋째 후생복지 면에서는 정기적인 특별 공로휴가제 도입, 힐링 프로그램 운영및 정신과 진료비 지원, 해외연수 우선 선발, 일선 주민생활지원담당의 특별활동비 지급이 필요하다고 보며, 넷째 업무 환경적면에서는 내부 사통망의 권한부여 확대 및 처리 시스템의 개선과 복지공무원의 안전확보를 위한 기준마련이 필요하며, 폭행 민원에 대하여는 형사처벌과 동시에 반복적 폭언 협박 민원에 대하여는 감치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본다. 복지는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동안 존엄과 행복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다. 어렵고 힘든 여건 속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일선 복지사들의 업무 피로증후군을 하루빨리 치유 해소해 주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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