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지역 최고령으로 알려진 김금홍 할머니가 11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7일 유족에 따르면 김 할머니는 전날 오전 6시 30분 대전 한 요양전문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고인은 대한제국 시절이던 1899년 3월 22일 출생했다. 같은 해 태어난 이로는 여성운동가 김활란, 아동문학가 방정환,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이 있다.
1899년은 경인선 노량진∼제물포 구간이 개통된 해이기도 하다. 한국 최초의 철도 노선이다.
고인은 대전 서대산 인근에서 태어났다고 유족은 전했다. 현재 행정구역상으로는 충남 금산군 추부면 성당리다.
이후 충북 옥천군으로 이주해 농사를 지으며 생활한 고인은 1남 5녀의 자녀를 기르며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 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를 묵묵히 보냈다.
지난 11년 전 대전으로 이주할 때쯤에는 고인을 '왕할머니'로 부르는 증손자까지 봤다.
대전 월평동 성심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서 만난 외아들 오경택 씨와 부인 김용애 씨는 "평생 큰 병 한번 없이 정정하셨다"고 회상했다.
113세가 되던 지난해 9월 요양병원에 들어가기 전까지 어머니를 모셨다는 아들 내외는 정해진 시간마다 '마실'을 나가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던 고인의 모습을 선하게 그렸다.
며느리 김씨는 "얼마나 기억력이 좋으신지 TV 드라마 줄거리를 며칠 뒤 그대로 풀어놓기도 하셨다"며 "동네 사람들이 다들 놀랄 정도였다"고 했다.
고인은 대선과 지방선거 등 국민으로서의 기본권리도 꼬박꼬박 행사했다. 매번 언론에서 '대전 최고령 유권자'로 투표하는 모습을 담았다.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때에는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새벽에 가족과 함께 응원하는 모습이 방송되기도 했다.
고인은 평생 채식 위주 식단으로 소식(小食)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항상 맛있게 드셨다"는 며느리 김씨는 "돌아가시기 전날 병원에서도 늘 드시던 만큼의 식사를 잘 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시집와 평생을 모시고 살며 큰 힘이 됐다. 목소리가 아직 귀에 선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세기 넘게 건강을 유지하며 누군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던 고인은 이제 가족의 곁을 떠나 가장 오랫동안 살았던 옥천에서 영면한다. 발인은 28일 오전 7시 30분이다. <대전/정래수>
- 기자명 정래수
- 입력 2013.06.27 20:13
-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