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영 청주시 가경동 회사원

가운데 붉은 태양을 중심으로 햇살처럼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굵은 선들.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이다. 이 전범기를 배경으로 한 A사립대의 홍보포스터가 인터넷상으로 퍼지면서 논란이 됐었다. 그들은 정치적 의도가 없는 장난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젊은층의 역사 감수성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 사건이다. 5.18을 앞둔 어느날 한 인터넷 사이트에 당시 학살된 광주시민들을 희화화하고 5.18자체를 ‘북한의 사주로 일어난 폭동’이라고 표현한 게시물이 올라왔다. 비난의 여론이 쇄도하고 사건의 심각성이 느낀 그들은 텔레비전의 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고백한다. ‘역사를 이 사이트에서 배웠고 이게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다.’ ‘학교에서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 ‘나의 가치관에 영향을 준 것은 첫째는 인터넷사이트, 둘째는 언론, 셋째는 부모님’

역사는 응당 학교 현장에서 가르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저 인터뷰 어디에도 학교에서 역사를 배웠다는 이야기는 없다. 당장, 우리 교육현장을 보자. 한국사가 필수과목에서 빠졌다가 재지정되는 과정에서 국사는 필수로 남았지만 근현대사 과목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비중이 줄었다. 대입에서는 더 심각하다. 당장 2014년부터 수능에서 선택과목의 숫자가 줄어들고 사회선택이 세과목에서 두과목으로 줄어든다. 그렇게 되면 역사관련과목은 학생들에게 더 외면받게 될 것이다. 어차피 수능에서 선택되지 않을 과목을 학생들이 공들여 공부할 필요를 느낄 이유가 없다. 국영수 위주의 공부방식은 아이들로 하여금 역사와 멀어지게 하였다. 근현대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아이들은 그 무지의 상태로 욱일기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이유조차 모르고 자라고 있다.

중등교실도 다르지 않다. 집중이수제 교육방식은 역사를 형식적으로만 교육할 수 밖에 없는 교육현실을 가져왔다,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외치고는 있지만 왜 독도가 우리땅인지 그 근거가 되는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학생이 부지기수다. 통계에 의하면 학생절반 이상이 3월 14일 발렌타인데이는 알아도 3.1절은 모른단다. 대한민국 역사교육의 부재는 이미 진행중인 것이다.

역사교육의 부재보다 더 심각한 것은 왜곡된 여론형성이다. 소위 ‘일베’라는 인터넷사이트에서 역사를 배운 집단들의 예는 둘째 치고라도 제도권 교육에서 마저 역사 왜곡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문제가 여간 심각하지 않다. 현행 역사교과서를 좌편향·친북 교과서라고 비판하며 과거 독재시대를 공과산정 없이 일방적으로 미화하고, 일제강점기를 마치 조국 근대화의 등불인 마냥 주장하는 보수단체가 만든 역사교과서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학생들의 잘못된 역사인식을 갖게 될 우려가 커 논란이 되고 있다. 의도 마저 의심스러운 교과서가 이미 검정 본심사를 통과해 당장 내년부터는 학교 교육현장에 채택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역사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 그 과거사의 주역 내지는 후손들이 만들어낸 왜곡된 역사. 역사를 외면하는 교육현장, 그리고 잘못된 여론에 휘둘려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을 잃어가는 무지한 사람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란 없다’는 말이 있다. 망각의 동물인 사람이 과거를 잊고 잘못된 일을 반복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일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동물적 특성일 뿐이다.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인간에게 과연 인간답다 말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 역사를 배워 그 잘못된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역사교육은 필요하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살고있는 이 대한민국이 있기까지의 그 소중한 역사들에 대한 깨달음, 그리고 반성이 있어야 할 시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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