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상전은 나를 그렇게 부른다. “돈용 언제 줄 거야?” “나 축구하고 올게”라는 말은 늘 입에 달고 살고. 아침에 깨우면 이마에 주름을 바싹 세우고 졸려 죽겠다며 눈을 반만 뜨고 밥을 먹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이 있기 전에는 아무 말 하지 않는다. 그러고 문을 꽝! 닫고 쌩∼하니 학교에 간다. 학교를 파하면 신발을 벗자마자 미사일 튕겨 나가듯 컴퓨터 전원을 켜고 ‘아바’게임을 하고, 라면을 끓여 먹는데 그 와중에도 TV와 톡을 쉴 새 없이 주고 받는다. 학원을 가지 않는 탓에 저녁잠을 한 숨 때리시고 오후 9시에 일어나 30분 공부하고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멘트를 날린 후 TV를 보다가 11시에 잠자리에 드신다. 혹 아빠가 “휴대폰 많이 하면 건강 나빠진다” 하면서 대화를 시도하면 ‘됐슈∼’하는 표정으로 방으로 들어간다.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공부하기 힘들지? 하는 애처롭고 사랑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눈도 마주치기 싫어하니 대화는커녕 얼굴 한 번 제대로 보기 힘들다. 나 어릴 때 같았으면 ‘이 노므 씨끼!’ 벌써 부모님한테 귀빵맹이 한 대 벌었을 것이다.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에 대한 심리적, 사회적 현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정에서는 가족공동의 장을 마련함으로써 가정의 애정적, 교육적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가정, 사회, 학교가 연합하여 주변의 유해환경을 정비하고 성인들 스스로 무책임한 상업행위를 지양함으로써 건전한 청소년 문화를 조성시켜 나가야 한다는 말이 옳고 그르냐를 따지기 전에 뭐를 어떻게 하란 말인지 선뜻 이해가 안가는 말의 홍수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할려면 하고 말려면 말라는 강건너 불 구경하는 식 이론은 또 우리를 지치게도 한다.

지금 중학생은 나라에 충성 부모에 효도, 기초질서는 지킬 줄 알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의 평화통일의 중요성도 알고, 가끔가다 애미 가슴을 꼭 찍어 내는 아픈 말도 할 줄 아는, 멀쩡하게 진행하고 있는 중간 어른이다. 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신체와 정신을 가진 어중간한 어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 주어야 할까? 우리는 무엇을 보여 주어야 할까? 아니 무엇을 하라고 해야 할까?

내가 중학교 다닐 때 했었던 일들이 기억난다. 용돈이랄 것도 없지만 돈을 모아서 시장에 옷을 사러 다녔고, 부모님 몰래 영화도 보고 중국집에 가서 짜장면도 먹고 롤러스케이트장도 갔었고, 남자 선생님께 러브레터도 죽어라 써 보고, 친구랑 머리 끄들고 박 터지게 싸움도 하고, 개구리를 선생님 품에 넣었다가 눈이 허옇토록 맞아도 보았다.

할 짓은 했지만 부모님을 무서워했고, 선생님을 존경했었다. 요즘 부모님이 하루 하루 늙어 가시는 것이 눈으로 느껴지고 직원들 부모님 별세 소식이 뜨면 우리 부모님 살아 계신 것에 한시름이 놓인다.

우리집 상전 중딩은 지가 부르면 엄마는 언제나 쪼르륵 달려 와 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엄마는 이제 다리에 힘도 조금씩 빠지고 머리도 쉬어가고 주름이 짙어갈 것을 알아야 될 덴테 걱정이다.

내가 바라는 것은 내가 했던 것 보다 많은 경험들을 우리 중학생들도 해 보았으면 하는 것이다. 양심을 속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는 일, 웃는 일, 속 터지는 일, 기가 막힌 일 들, 이런 일 저런 일들을 헤쳐 나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긍정적이고 마인드가 넓은 사람이 되어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밝은 인성을 갖게 해 주는 것이야 말로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키듯이’ 내가 중학생 아들에 해 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일이 아닐까 한다.